[본 기사는 12월 3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 시장에서 그룹별 성과가 갈리는 모습이 확연하다.
특히 SK와 한화 그룹은 모두 '오너십 공백 리스크(위험)'에 시달리고 있지만 발행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두 그룹을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3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SK종합화학이 발행한 2500억원어치 회사채는 10개 기관투자자들에 모두 배정됐다. 애초 회사가 예상했던 규모는 2000억원이었으나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예상 밖 투자수요가 확인되면서 주관사와 합의해 발행액을 늘렸다.
앞서 SK 계열회사인 평택에너지(SK E&S 자회사)가 진행한 2300억원 회사채도 시장에서 모두 소화됐다. SK에너지와 SK E&S가 지난 10월 각각 발행한 3000억원 회사채도 모두 기관투자자들이 가져갔다.
반면 한화그룹 계열회사들은 투자자들이 회사채를 외면하면서 자금조달에 애를 먹는 모습이다.
최근 1000억원 규모로 자금 조달을 시도하고 있는 한화건설은 수요예측에서 투자의사를 밝힌 기관투자자 자금 규모가 300억원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700억원은 발행을 주관한 주관사가 인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월 지주회사인 (주)한화가 발행한 1500억원 규모 회사채도 대규모 미매각(기관투자자들에게 팔리지 않고 남은 물량)이 발생했다. 만기 3년물 1500억 원 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중 기관투자자가 가져간 물량은 단 10억 원이고 나머지 1490억 원은 주관사가 인수했고, 한화갤러리아가 발행한 500억원 회사채도 8%(40억원)만이 기관투자자에게 팔렸다.
SK와 한화그룹 자금조달 분위기에 온도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첫째로 그룹 신용도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이후부터 회사채를 발행한 회사들 신용등급을 보면 SK그룹 계열사가 A에서 AA, 한화그룹은 A-에서 A급 수준으로 파악된다.
소속 기업집단이 위기상황에서 안전판이 돼 줄 수 있는지 여부도 흥행성과를 가른 원인으로 꼽힌다. 동양 기업어읍(CP) 사태 이후 그룹 사업안정성과 자금동원 능력 등이 회사채 투자 판단에 중요한 지표가 됐다는 게 IB업계 시각이다.
실제로 SK 계열사들 중 일부는 재무상태가 상당히 열악했지만 자금은 성공적으로 조달했다.
평택에너지는 부채비율이 500%를 웃돌았지만 회사채는 성황리에 팔렸다. 지난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1940%(연결기준)에 달하는 등 자본잠식 상태인 SK해운은 지난 10월 발행한 회사채 600억원 중 370억원을 기관에게 팔았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경쟁 해운사들이 직접 자금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과 비교하면 선방했다는 게 채권업계 관계자들 시각이다.
한 IB업계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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