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 김여정(가명·30) 씨는 불황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보험 영업이 안 되면서 빚만 늘고 있기 때문이다. 100만원에서 시작한 보험계약대출은 6개월 사이 800만원으로 불었다. 어쩌다 손에 쥐는 돈이 있어도 월말이면 나가는 대출 이자에 결혼 준비 자금 마련은 꿈도 못 꾼다.
#회사원 이한석(가명·33) 씨. 급전이 필요할 때마다 보험계약을 담보로 별도 심사 없이 수시로 대출이 가능한 보험계약대출을 받았다. 이자율은 연 7.9%. 조금만 쓰도 갚겠다고 마음먹고 받은 대출은 어느새 900만원에 달한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나가는 돈은 많고 빚은 수년째 줄지 않는다.
보험사 가계대출(보험계약대출)이 가계부실의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별다른 담보 없이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을뿐더러 불황으로 빚을 갚기보다는 원금을 갚지 못한 채 이자만 간신히 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10월말 현재 82조1000억원(보험계약대출+주택담보대출)으로 전월보다 8000억원 증가했다. 1년전 보다는 7조2000억원 불었다. 보험사 가계대출 중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48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이맘때 보다 2조7000억원 늘었다.
보험계약대출은 계약자가 가입한 보험 해약환급금의 70~80%의 범위에서 수시로 대출받을 수 있는 제도다. 대출 절차가 대부업체 대출과 같이 전화 한통이면 가능하고 빨라 이용액이 증가 추세다.
문제는 보험계약대출 증가에 대해 금감원이나 보험사가 큰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데 있다는 지적이다. 담보가 있는 대출인 만큼 보험사로서는 돈을 떼일 위험이 없고 금감원 또한 연체로 인한 위험이 금융사로 전가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때문에 일부 보험사들은 70~80%에 달하던 대출 한도를 90%까지 늘리는 곳도 있다.
일각에선 보험계약대출 정보가 금융권 간 공유되지 않고 있어 다중채무자 양상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면 금융사들은 다중채무자에 대해선 대출을 축소하거나 아예 취급하지 않는다. 가계부실이 금융사의 부실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보험계약대출의 경우 다른 금융권 대출과 달리 그 정보가 공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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