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 추정치가 석 달 새 11%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출ㆍ내수주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 업종의 4분기 실적 추정치가 하락했다. 실적 발표 시즌을 앞두고 추정치가 대폭 하락해 향후 주가 흐름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5일 매일경제신문이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증권사 3곳 이상 실적 컨센서스를 제시한 130개 주요 상장사의 작년 4분기 실적 추정치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영업이익 전망치 합계는 지난해 9월 말보다 2조9290억원(8.8%) 줄어든 30조2091억원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이익 전망치 역시 9월 말 26조3439억원에서 12월 말 현재 23조4984억원으로 2조8455억원(10.87%) 떨어졌다. 매출액 추정치는 449조4235억원에서 440조254억원으로 2.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130개 분석기업 가운데 106개사 영업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다. 상장사 10곳 가운데 8곳 이상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줄어든 셈이다.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하락은 업종을 가리지 않았다. 유틸리티 업종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석 달 새 41.9%나 감소했다. 의료(-15.00%) 필수소비재(-14.74%) 산업재(-14.53%) 에너지(-14.33%) 등은 10% 이상 영업이익 추정치가 떨어졌다. 통신서비스(-9.35%) 금융(-8.0%) 소재(-7.21%) IT(-5.39%) 등 나머지 분야도 하락 대열에 합류했다. 특히 업황이 좋지 못한 해운ㆍ조선ㆍ건설업종 대표주인 한진해운ㆍ현대미포조선ㆍ현대산업개발의 적자 규모는 400억~500억원가량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기아차(-2.89%)ㆍ현대모비스(-1.27%) 등 대표적인 자동차주 역시 전망치가 떨어졌다. 하지만 현대차는 12월 말 전망치가 2조2661억원으로 9월 말보다 0.14% 올라 눈길을 끌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ㆍ유럽 등 선진국 경기 개선 속도가 느린 데다 엔저 등의 영향으로 실적 컨센서스가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석유화학ㆍ건설 등은 중국과 유로존 경기 회복 속도에 대한 실망감이, ITㆍ자동차는 환율 문제에 대한 불안감이 많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물론 전체 분기 가운데 유독 4분기 실적 추정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너무 성급한 투자 판단을 내리지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통상 기업들에 대한 4분기 실적은 충당금을 쌓거나 직원들에 대한 성과급 등 기업이 경영전략상 집행하는 일회성 비용이 많다"며 "특히 경영진이 바뀐 기업은 '빅배스(대규모 손실 처리)'를 통해 과거 악화된 실적을 털어내려는 경향이 강해 추정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손동우 기자 / 강봉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