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환율 변수 등으로 인해 개장 직후 이어진 강력한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된 것으로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장 후 이틀 만에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6257억원어치를 팔아치운 것은 매우 보기 드문 일"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 2~3일 한국을 제외한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등 대다수 아시아 증시에서 외국인이 소폭 순매수를 보이는 등 한국만 작년 상반기처럼 극심한 비동조화를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3일 이틀 동안 국내 증시에서 가장 크게 이탈한 자금은 영국계로 3000억원에 달했다. 해당 기간 외국인 전체 순매도 규모의 절반인 셈이다. 다음으로는 일본(-630억원), 룩셈부르크(-580억원), 싱가포르(-500억원) 등이었다. 반면 독일(350억원)과 홍콩(300억원) 자금은 순유입됐다.
이주현 금융감독원 증권시장팀장은 "영국계 자금은 작년에도 가장 많은 5조4000억원을 순매도했는데 시세차익을 노린 성격이 강하다"며 "반면 장기적 성향의 미국계 자금은 약 20억원 순매도에 그치는 등 한국 경제에 대한 불신 때문에 외국인 이탈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도 연초 이례적인 외국인 매도 강세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지만 추세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상반기처럼 뱅가드 펀드 환매 같은 돌발적인 이슈가 없는 데다 환율민감도, 기업 실적 악화 등에 따라 겪는 일시적인 충격으로 보고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대만이 우리와 다른 이유는 작년 하반기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로 자국 화폐가 약세를 보이며 원화 강세와는 달리 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본격적인 '셀 코리아'라기보다는 환율 방향성, 기업 실적 등에 따른 외국인의 일시적인 포트폴리오 변경일 뿐"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가순자산비율(PBR) 같은 국내 증시의 낮은 밸류에이션을 감안하면 외국인이 무작정 '셀 코리아'를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는 12개월 향후 실적 대비 PBR가 1배 수준으로 낮은 데다 작년 글로벌 증시가 22% 오를 때 한국은 1% 상승에 그치는 등 국내 증시 매력이 남아 있다"며 "외국인이 값싸진 한국 증시를 계속 외면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외국인 순매수 영향으로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7.14포인트(0.37%) 오른 1953.28에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는 7일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앞두고 싸진 주가 매력에 순매수로 전환했다. 2~3일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순매도는 3936억원에 달했지만 이날은 307억원 순매수로 전환하면서 주가도 130만원 선을 회복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외국인 순매도가 계속됐지만 주가는 각각 2.01%, 1.27% 올랐다.
특히 코스피 전체에 외국인 매도세가 강해진 가운데 특정 종목은 작년에 이어 외국인 순매수를 보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해 외국
환율 영향을 덜 받는 금융주인 삼성생명과 동부화재는 외국인 순매수 4~5위다. 엔저로 약세인 자동차주 가운데 기아차는 6일 현재 96억원 외국인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기아차를 빼면 외국인이 많이 산 종목은 주가 하락폭도 순매도 종목보다 작다.
[김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