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달러 이상 대형 해외공사 수주전에서 국내 건설사들이 연합 전선을 구축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어 주목된다. 중동 등 해외시장에서 국내 건설업체 간 출혈 경쟁으로 인해 대규모 손실을 냈던 지난해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현상이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총 공사비 60억4000만달러 규모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시설 계약을 따내는 과정에서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SK건설 등 경쟁 업체와 손을 잡았다.
입찰만 함께 하고 공사는 따로 하는 단순 컨소시엄이 아니라 완공 후 수익과 손실을 공유하는 조인트벤처 형태로 이뤄졌다. 60억달러 공사의 지분 구조는 현대건설ㆍ현대엔지니어링 40%, GS건설 40%, SK건설 20%로 이뤄졌다.
공사도 이라크 공사 경험이 풍부한 현대건설 측이 석유정제고도화시설(FCC) 등을 맡고, 정유 플랜트 경험이 많은 GS 측은 원유정제 진공증류장치(CDU) 등 화학설비 쪽을, SK는 유틸리티 분야로 나눠서 진행하게 된다.
GS건설은 조만간 계약 성사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100억달러 규모의 쿠웨이크 클린퓨얼 프로젝트 역시 플랜트 엔지니어링 전문기업인 JGC, SK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전에 임하고 있다.
패스트트랙 방식으로 진행되는 대형 해외플랜트에서 출혈을 감수하며 개별 입찰에 나섰다가 지난해 쓴맛을 본 경험을 거울 삼아 국내 건설사들이’적과의 동침’이란 새로운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한승헌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이날 "해외 발주 건설 프로젝트 규모가 커지고 공사기간도 단축되면서 개별 업체의 능력으로 감당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커졌다"며 "글로벌 건설사들 간의 협업은 이제 일반화됐지만 아직 국내 업체들 간에는 협력보다는 출혈경쟁이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갈수록 공사기간이 짧아지고 프로젝트도 대형화하는 해외 공사 수주전에서 경쟁자와의 협력은 예외적인 게 아니라 일반적인 현상이다.
예를 들어 현재 입찰이 진행 중인 2조원 규모 미국 캘리포니아 고속철도 프로젝트의 경우 스칸스카와 아메스 간에 공동
삼성물산과 대우인터내셔널ㆍ현대건설 컨소시엄, GS건설ㆍ대림산업 컨소시엄은 각각 알제리 복합화력발전소 입찰에서 각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계약을 앞두고 있다.
이들 업체의 총 수주금액은 33억4000만달러(3조5660억원) 규모다.
[이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