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1월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50%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키로 했다. 한은은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한 차례 통화정책에 변화를 준 바 있다.
다음은 김중수 총재와의 일문일답.
▲물가가 낮은 상황에서도 금리를 동결하게 된 이유는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 근원물가상승률 1.9%였지만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같은 정책 효과를 제외한 물가상승률은 2.2% 정도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2.9%를 유지하고 있고 임금 상승 등 대내적으로 물가가 오를만한 요인이 있다고 본다. 올해도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물가상승률이 한은의 목표 내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 또 국내총생산(GDP)갭 역시 현재는 마이너스 상태에 있지만 점차 그 폭이 축소돼 연말에는 마이너스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우리의 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에 접근해가고 있다고 본다.
또 물가는 금리 결정 과정의 가장 중요한 변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금리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같은 대외적인 요인과 국내 요인을 모두 면밀히 살펴보고 결정한 것이다. 만장일치로 결정됐지만 충분히 모든 걸 고려한 결과라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골드만삭스,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 등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치권의 금리인하 압력설도 있다.
금통위가 의사 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지만 특정 보고서나 특정 인물의 견해에 집중하지는 않는다. 금리 결정은 금통위의 고유한 권한으로 '압력'은 생각하기 어렵다. 이미 금통위에서 만장일치로 의사 결정을 했다는 것 자체가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다.
▲총재가 보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어느 정도인가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가용한 자원을 모두 활용하는 성장을 뜻하는 게 아니라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범위에서의 최대한의 성장률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지난해 4분기에도 우리의 성장세가 잠재성장률에 근접해있다고 말하긴 했지만 이를 수치화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지난 5년간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 있던 만큼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간 대략 3% 후반으로 이야기해왔던 만큼 이 기준에 근접해있다고 생각해주기를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구상에서 3년 안에 잠재성장률을 4%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필요한 정책 노력은 무엇인가.
잠재성장률은 물적·인적 자원의 활용, 기술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이런 점에서 단기적인 정책 노력이 아닌 우리 경제의 체질 자체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중요한다. 마라톤을 완주하자는 것이지, 100미터에서 최고 스피드를 내고자 하는 게 아니다. 구조적인 측면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예컨대 규제 개혁이나 인적 자원 및 기술에 대한 투자 등의 제반 조치가 필요하다.
▲엔화 약세가 점차 심화되고 있다. 대응책은 무엇인가.
엔화 약세는 모든 산업 부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철강, 기계류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수출단가를 살펴봐도 기계류가 일본의 엔화 약세로 인해 가격에서 15% 열세를 보이고 있고, 이에 일본은 세계시장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에 미시와 거시 측면 모두에서 균형적인 시각으로 정책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 산업으로 한정짓기 보다는 미시적인 입장에서 취약 산업의 문제점을 처리해주는 게 좋다. 환율로 인해 특정 산업이 피해를 입는다면 금융 시장의 불안정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낮춘 건 서로 상충하는 것 아닌가.
전세계적인 저인플레 현상은 원자재, 유류, 곡물 가격이 낮기 때문이다. 하반기에 물가가 오를지는 그때 가서 봐달라. 또 국민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국민들의 경제 활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전망치를 2.5%에서 2.3%로 내린 것은 물가에 대한 전망 때문이 아니라 기술적 요인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4분기 농산물 가격이 매우 낮은 기저효과와 최근 소비자물가지수 개편에 영향을 받았다.
또 물가 안정 목표제는 3년간 이 범위에서 물가 정책을 운용한다는 것이지 때때마다 맞추는 게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인해 장기금리가 오르고 있다. 가계부채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나.
장기금리 상승에는 연준의 테이퍼링 뿐 아니라 국채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의 대규모 매수, 엔화 약세 등 여러 원인이 작용한다. 경제 현상은 독립적이 아니라 연계적으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 요인 하나로 장기 금리가 상승한다고 설명하기는 힘들다.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서는, 가장 중요한 건 가계 부채가 우리 경제의 성장세보다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채무상환비율(DSR)이 0.6%포인트 오른다는 분석이 있다. 금리 상승은 저소득층과 과다채무계층의 부채상환부담이 커질 것이다. 소득 하위계층이 받을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이 계층의 소득이 금리상승에 따른 부담보다 더 많이 오르도록 정책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한국 경기의 긍정적 전환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오늘 아침 미국 연준의 테이퍼링 결정 당시의 의사록이 발표됐다. 읽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미국 연준은 경기가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보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언론에서 보도된 것처럼 국제통화기금(IMF)도 3주 후 새로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는다. 테이퍼링은 미국 경제의 회복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오히려 우리에게 유리할 수 있다.
▲지난 1년간 한은과 정부의 정책공조 면에서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제 스스로 점수를 매기는 건 적절하지 않다. 먼 훗날 사회가 평가할 것으로 생각한다. 한은법 제 1조에는 한은이 통화신용정책을 통해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고 돼 있다. 중앙은행은 각기 다른 개별 목적이 아닌 전체 국민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취하는 곳이다. 정책공조면에서 한은과 정부는 목적은 갖지만 수단이 다른 것뿐이다. 나라의 방향이 정해지면 각자 국민경제 발전에 함께 이바지하지 않겠나. 필요하다면 사전에 협의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도 있다.
▲한은의 독립성과 정부와의 정책 공조가 상충된다는 의견이 있다.
독립성과 정책공조가 상충된다고 보지 않는다. 중앙은행의 책무는 독립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정해주는 것이다. 한은의 설립 목적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위기 극복을 위해 공조하는 한편, 통화운용정책의 독립성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
확실한 것은 연준이 지난달 테이퍼링 여부를 결정하면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은 과거에 비해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올 연말에는 양적완화 축소가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고, 전세계 성장 전망도 점차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도 향후 정책 수립에 있어 국제 경제의 움직임을 제대로 보고 의연하게 풀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잔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