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증권사(금융투자)들은 올해 들어 코스피에서만 총 1조2473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는 고객으로부터 예탁받은 계정이 아닌 증권사 스스로 투자하는 '제 주머니'를 뜻한다.
그동안 증권업계가 올해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으면서 고객들 투자를 유도해 놓고, 자기자본투자에서는 주식을 적극적으로 팔아치웠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국내 증시 발목을 잡은 것으로 지목된 외국인의 매도 규모(2931억원)를 4배가량 웃도는 액수다.
증권업계는 애초 올해 증시를 놓고 대단히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가장 보수적인 전망을 한 KDB대우증권과 현대증권, 메리츠종금증권조차 코스피가 2300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고 KTB투자증권(2500), 한국투자증권(2450), 대신증권(2400), KB투자증권(2400) 등 2400 선을 웃돌 것으로 예상한 증권사도 상당했다.
코스피 사상 최고치가 2231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올해 사상 최고치 경신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기도 하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은 말뿐이었던 걸까. 증권사들은 정작 자기자본투자에선 올해 증시 개장과 동시에 매일같이 매물을 쏟아냈다. 개장 첫날인 2일 1176억원어치를 순매도한 데 이어 △3일 2425억원 △6일 1141억원 △7일 468억원 △8일 1175억원어치 물량을 쏟아냈다. 급기야 올해 첫 옵션만기일이었던 지난 9일에는 2719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고, 다음날인 10일에도 1430억원어치를 쏟아내며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모든 투자 주체를 통틀어 올해 들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순매도한 곳은 금융투자(증권사)가 유일하다.
증권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투자자들은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이다. 실제 증권사 전망만 믿은 개인들은 올해 들어 모두 1조1877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증권사 물량을 고스란히 받는 모습을 보였다. 연기금과 투신도 각각 2435억원, 2113억원을 순매수했다. 결국 연초 증시 약세를 촉발한 핵심 세력이 증권사들이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증권업계 매도 물량은 예년과 비교해서도 상당히 많은 규모다. 실제 연도별로 개장 이후 7거래일 동안 증권사 매매 규모를 살펴보면 2011년 2962억원, 2012년 2253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작년에는 1483억원어치를 순매도해 올해보다 매도 규모가 훨씬 작았다.
증권업계의 이런 움직임은 가뜩이나 거래량이 없는 시장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실제 증권사들은 옵션만기일이었던 지난 9일 동시호가 시간인 오후 2시 50분부터 3시까지 1704억원어치를 쏟아냈는데, 이 여파로 장중 보합세를 유지하던 주가는 10분 새 10포인트가량 빠졌다.
이중호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부 금융투자 매니저가 중심이
물론 이 같은 매도세가 지난 9일 옵션만기일까지 작년 말 배당이익을 노리고 유입됐던 자금이 청산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만큼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오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