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이어진 주요 은행들의 신규 임원 인사에서 나타난 특징들이다. 기존에는 은행권에 1950년대 출생한 임원들이 많았던 데 비해 이번 인사에서는 1960년대생이 신규 임원으로 대거 발탁됐다. 또 그동안 남성 중심이었던 임원그룹에 5명의 여성이 새롭게 가세했다.
15일 매일경제신문이 지난해 말부터 정기인사를 진행한 신한ㆍ우리ㆍ하나ㆍ외환ㆍ농협ㆍ기업ㆍ산업은행에 대해 신규 임원(부행장보급) 38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평균 연령은 55세로 나타났다.
특히 1960년대 출생자는 19명으로 나타났고 나머지는 1950년대생이었다. 1960년대생 약진은 은행권의 세대교체 바람을 보여주는 것으로 1980년대 중반에 입행한 세대들이 경영에 전면에 나서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던 곳이 신한은행이다. 이 은행은 신규 임원 승진자 6명 전원이 1960년대생이다. 이 은행에서 지난 연말 인사 전에 1960년대생 임원 비율은 12명 중 4명(33%)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인사로 60년대생 임원은 13명 중 9명으로 70%까지 올라갔다.
산업은행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했다. 산업은행 신임 부행장 4명 중에서 3명(김영모 부행장ㆍ이대현 부행장ㆍ정용호 부행장)이 1960년대생이다.
신규 임원 38명 중 '유리천장'으로 불리던 은행의 임원승진 벽을 뚫은 여성은 5명이었다. 신순철 신한은행 부행장보, 김덕자 하나은행 전무, 천경미 하나은행 전무, 최동숙 외환은행 전무, 김성미 기업은행 부행장 등이 그 주인공이다. 여성인력 활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권선주 기업은행장이 '최초의 여성 행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면서 은행권 인사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영업ㆍ관리를 하며 내공을 쌓아왔던 사람들이 임원 반열에 오른 것도 특징이다. 김성미 부행장은 주요 지점과 지역본부 등을 거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농협은행에서는 탁월한 영업력을 인정받은 지점장이 본부를 거치지 않고 부행장으로 발탁되는 사례도 나왔다.
신규 임원들을 출신 학교별로 살펴보면 고려대가 7명으로 가장 많고 성균관대 4명, 서울대 3명이었다. 연세대ㆍ서강대ㆍ건국대ㆍ동아대ㆍ중앙대 등은 2명씩 임원을 배출했다. 상고와 비상고 출신의 숫자는 각각 7명, 31명이었다.
은행별로 인사특징을 보면 이번 인사에서 신한ㆍ농협은행이 조직쇄신과 변화를 위해 인사폭을 크게 했던 반면 우리ㆍ기업은행은 조직안정을 택해 그 폭이 작았다.
신한은행에서는 본부장을 거치지 않고 부장에서 바로 부행장보로 승진하는 사례(안효진 부행장)도 나왔다. 앞으로 세대 교체가 가속될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순혈주의 문화가 강한 시중은행에서 외부 출신을 임원으로 발탁한 사례도 나왔다. 권재중 신한은행 부행장보는 금융연구원 등에서 근무한 뒤 신한은행으로
하나ㆍ외환은행은 '하나ㆍ외환 인력 교류'가 인사의 키워드가 됐다. 조직개편 측면에서는 검사ㆍ정보보호 부문이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기업은행은 부장급 조직이던 검사부를 본부장급으로 격상했고, IT담당 부행장이 겸직하던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 조직을 분리해 본부장이 전담해 맡도록 했다.
[김규식 기자 / 박용범 기자 / 이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