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는 적대적 인수ㆍ합병(M&A)을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으며 상호 협력 관계를 통한 시너지를 일으키기 위한 지분 취득이라고 공식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일동제약이 회사 분할 안건에 대한 임시주주총회 일정을 예고한 상태에서 녹십자가 지분을 인수한 것은 경영권 관여를 넘어 실질적인 회사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연매출 8800억원(추정)으로 제약업계 2위인 녹십자가 2012년 매출 3628억원을 달성한 일동제약을 인수한다면 업계에서 확고한 1위 기업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업계는 녹십자가 일동제약을 인수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녹십자는 혈액제제나 백신 사업 부문을 주력으로 하고 일동제약은 복제약과 일반의약품 부문에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녹십자도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한다. 녹십자 관계자는 "일동제약은 국내 영업인력이 많은 데다 아로나민 등 국내에서 브랜드 이미지가 확고한 제품들이 많다"며 "반면 녹십자는 수출에 주력하고 있어 국내 제약시장에서는 브랜드가 상대적으로 약했다"고 설명했다.
녹십자 측 의도는 24일 일동제약 임시 주주총회에서 확실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10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회사 분할을 발표했고 오는 24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이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일동제약은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최대주주의 일동홀딩스 지분율을 높여 경영권을 강화하려
업계 관계자는 "일동제약이 경영권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면서 녹십자에 관련 내용을 통보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강두순 기자 / 이새봄 기자 / 용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