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원ㆍ엔 환율이 1020.6원 내외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환율이 예상치보다 10% 하락했을 때 올해 순이익이 3% 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 14개를 제시했다. 에스엘ㆍ넥센타이어 등 자동차ㆍ자동차부품 업체가 5개로 가장 많았고, OCI머티리얼즈ㆍ실리콘웍스 등 디스플레이 업체가 4개로 그 뒤를 이었다. 에스엠ㆍ와이지엔터테인먼트 등 엔터테인먼트 업체도 2개가 포함됐다. 이 밖에 LG이노텍(전자부품) LG생활건강(생활용품) 오스템임플란트(스몰캡) 등이 명단에 들어왔다.
특이한 사실은 현대차 등 자동차 관련주가 리스트에 들어오긴 했지만 레저ㆍ엔터테인먼트나 디스플레이 영역보다는 변동폭이 작은 것으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자동차 업종을 환율 위험의 대표격으로 여겼던 일반적인 생각과는 어긋난 결과인 셈이다.
실제로 최근 금융투자 업계에선 엔저가 현대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중인 한국과 일본 자동차 업체들 모두 해외 현지 생산 비중이 높아 환율이 차값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본 자동차 업체 입장에선 일본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수출해야 엔저 수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해외 생산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도요타의 해외 생산 비중은 60%, 혼다가 73%, 닛산은 80%에 이른다.
반대로 수출이 많을수록 환손실을 받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해외 생산 비중 상승이 보탬이 되는 상황이다.
현대ㆍ기아차의 양사 해외 생산은 2013년 54.9%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61.7%에 이른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환율 변화에 영향을 받는 부분은 '국내 생산ㆍ수출' 물량인데 현대차의 경우 24.7%에 불과하다"며 "결제 통화 다변화 등 다른 위험 헤지 수단까지 포함하면 엔저에 노출되는 물량은 12~13%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주식전략팀 이사는 "원ㆍ엔 환율이 지금처럼 급락했던 2008년~2010년 5월 도요타 리콜 사태 영향으로 현대차 해외 실적이 좋게 나오면서 주가가 무려 253%나 상승했다"며 "환율 문제의 영향이 생각보다 작은데 투자 심리가 과거 관성에 의해
수출주에 역발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최근 주가가 많이 내려간 전기전자, 운수장비 업종의 매력도가 높아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이들 업종에서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줄어들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경우 품질이 일본 제품을 크게 뛰어넘기 때문에 엔저 영향이 작다는 분석도 나온다.
[손동우 기자 / 용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