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펀드 업계 기상도는 '흐림'이었다. 주식시장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점차 사그라지면서 펀드시장도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실제로 펀드평가사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 152조9567억원이었던 공모형 펀드 설정액(기관투자가 제외)은 지난해 말 147조원 수준으로 5조5000억원 이상 감소했다. 성장은커녕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것이다.
청마의 해를 맞아 펀드업계가 다시 신발끈을 조이고 있다. 저금리ㆍ저성장 시대를 맞는 새로운 트렌드의 상품 출시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의 관심과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다. 이런 움직임의 중심에는 '중위험ㆍ중수익'이 자리 잡고 있다.
이희권 KB자산운용 대표는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들의 보수적 성향이 강화됐고 저금리와 고령화 등의 환경으로 안정적인 수익에 대한 갈증이 높아졌다"며 "올해 재테크시장 핵심 테마는 중위험ㆍ중수익"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초 자산운용사 신상품 리스트에는 예외 없이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이 담겨 있다.
국내 최대 자산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은 20일 새해 첫 상품으로 태양광, 풍력 등 클린에너지 관련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삼성 글로벌 클린에너지 목표전환 펀드'를 출시했다. 미래 산업으로 꼽히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투자해 추가 자본 차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이 펀드는 과거 유사한 상품과 달리 주식에 투자해 누적 수익률이 8%에 도달하면 채권형으로 전환되는 방법을 택했다.
대박을 노리기보다는 8%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관리하겠다는 차원이다. KB자산운용은 이날 'KB롬바드오디에 글로벌 전환사채 펀드'를 출시했다. 미리 정해진 일정 조건에 따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이 부여된 전환사채에 투자하는 채권의 안정성과 주식의 성장성을 결합시킨 상품이다. 주가가 상승하면 전환사채 가격이 상승해 자본 이득을 얻고, 주가가 하락하면 채권의 이자 수익을 통해 펀드 수익률을 방어하는 구조다.
지난해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던 롱쇼트 펀드에 대한 운용사들의 관심은 올해도 뜨겁다. 일반 펀드에서는 뭉칫돈이 빠져나가는 와중에도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롱쇼트 펀드에는 자금이 계속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KB자산운용은 연초 'KB코리아롱숏펀드'를 선보인 데 이어 한ㆍ일 롱쇼트 펀드 출시도 준비 중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다음달 '한국투자아시아포커스롱숏 펀드'를 선보여 중위험ㆍ중수익 포트폴리오를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롱쇼트 펀드의 최강자인 트러스톤자산운용도 한ㆍ일 롱쇼트 펀드를 준비 중이다.
미국 셰일가스 관련 인프라스트럭처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도 올해 새로운 트렌드로 부각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이 업계 최초로 '한화에너지인프라MLP특별자산 펀드'를 공모형으로 출시한 데 이어 한국투자신탁운용도 2월 셰일가스 관련 투자 상품인 '한국투자미국MLP특별자산 펀드'를 선보일 계획이다.
MLP(Master Limited Part
[손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