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올해 상반기 중국 주식 투자금 중 5000만달러를 국내 운용사에 배정하기로 방침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 투자 역사상 처음으로 국내 운용사가 해외 주식 위탁운용의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은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하고 중국 본토주식(A주) 투자 시 국내 운용사에 기회를 주겠다는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1월 중국으로부터 총 3억달러 규모의 외국인 투자적격인증(QFII)을 확보했다. 이 중 1억달러는 채권에 투자하고 2억달러는 주식에 투자된다. 국민연금은 2억달러 중 1억5000만달러는 기존 위탁운용사와 신규 해외 운용사에 운용을 맡기고 나머지 5000만달러를 국내 운용사에 배정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국내 운용사를 대상으로 다음달 운용계획 제안서를 받아 본격적인 심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자금집행은 3월 중 이뤄질 예정이다. 중국 A주 위탁운용을 맡게될 국내 운용사의 숫자는 아직 유동적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내 운용사들의 제안서 검토와 실사를 마친 이후 최종 위탁운용사 선정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위탁운용 규모가 아주 크지 않은 만큼 한 곳 또는 두 곳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동안 3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 투자 위탁운용은 외국계 운용사가 독식해 왔다. 국내 운용사들에 비해 풍부한 해외 투자 경험과 오랜 기간 쌓인 트랙레코드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외국계 해외 주식 위탁운용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만 연간 1000억원에 달한다. 이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국내 운용사들에 기회를 제공해 국내 운용사 해외 진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국민연금은 우선 중국 본토 투자에서 국내 운용사에 첫 기회를 준 뒤 운용 성과 등을 평가해 향후 위탁운용 지역과 규모를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손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