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월 28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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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제약 경영권을 두고 대주주인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측 대 2대주주 녹십자간 한판 대결이 시작된 가운데 일동제약 유통주식 물량이 극히 적어 향후 치열한 접전이 점쳐진다. 경영권 분쟁에서 비껴나 있는 일동제약 주요주주인 피델리티가 최근 일동제약 주가상승을 틈타 어떤 방식으로 차익을 실현할 지도 업계 관심사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동제약 유통주식수는 580만1242주로 전날 일동제약 종가 1만6200원으로 환산할 경우 940억원에 불과하다. 일동제약 발행주식수는 2506만8065주로 이 중 일동제약 대주주 측 856만3185주(지분율 34.16%), 2대주주 녹십자 계열사 735만9773주(29.36%), 피델리티 250만5065주(9.99%), 자사주 83만1575주(3.32%), 우리사주 7225주(0.03%) 등은 소유주가 고정돼 있다. 전체 발행주식 중 76.86%가 '잠겨있는' 셈이다.
유통 주식수가 부족하다 보니 지분경쟁을 위해 일동제약 대주주측이나 녹십자가 장내에서 지분을 사들일 경우 주가는 크게 급등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까닭에 윤 회장과 녹십자가 지분경쟁을 본격화했던 지난 2012년 12월 일동제약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이런 주가흐름 탓에 윤회장과 녹십자는 지분경쟁을 위한 추가 지분확대를 피델리티와 같은 주요주주 지분 획득을 통해 실행해 왔다.
녹십자가 2012년 12월 환인제약으로부터 대규모 주식을 매집한 것에 대응해 윤 회장 일가는 지난해 2월 당시 일동제약 지분 9.17%를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 안희태씨로부터 175만주를 사들이며 지분율을 기존 30.28%에서 37.04%로 크게 늘렸다. 이 과정에서 윤 회장 측은 큰 희생을 치러야만 했다. 안희태씨로부터 지분을 사들이며 지불한 주당 가격은 당일 종가 1만1350원 대비 20.7%라는 거액의 프리미엄을 붙인 1만3700원이었던 것이다.
이렇듯 양자가 주요주주 지분 사들이기를 통해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기 때문에 마지막 남은 주요주주인 피델리티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 과정에서 일동제약 대주주측이 장내매수로 선수를 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동제약은 유통주식수가 적기 때문에 실제 거래량도 극히 적어 지난달 총 거래량은 불과 38만주에 그쳤다.
반면 녹십자는 주식보유목적 변경공시로 인해 해당기간 동안 주식 추가 매수가 원천봉쇄돼 불리한 입장이다. 자본시장법은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주식보유를 공시할 경우 공시일로부터 5거래일 동안 해당 공시인은 지분의 추가매집을 금하고 있다. 경영권 불안정으로 인한 소액투자자들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녹십자가 주식을 추가로 매수할 수 없는 사이 일동제약 주가는 금지 직전일 종가 1만1900원에서 지난 24일 1만7350원으로 45.8%나 급등했다. 녹십자가 향후 경영권 쟁탈을 위해 추가로 주식을 매입할 비용이 그만큼 비싸졌다는 뜻이다.
결국 녹십자는 피델리티 지분 9.99% 획득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녹십자 경영진인 허씨 일가는 형제간 자리를 꼼꼼이 챙겨주며 우애를 다지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녹십자가 일동제약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가 나는 추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녹십자는 브랜드가 갖는 유명세에 비해 일반인들이 쉽게 인지하는 일반의약품이 없다. 전문의약품 생산 위주이기 때문이다. 반면 일동제약은 피로회복제 '아로나민' 등 일반인들도 친근하게 느끼는 일반의약품이 강점이다. 그만큼 일반 소매 대상 영업력이 녹십자에 비해 강하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녹십자가 영업망을 확충하기 위해서라도 일동제약을 품에 안고자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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