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기간 중 단행된 미국 양적완화 추가 축소로 금융투자시장이 다시 출렁거렸다. 코스피는 1920을 내줬으며 원달러 환율은 하루만에 무려 14원 이상 급등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다시 '셀 코리아'에 나섰다.
◆외국인 순매도 올해 들어 두번째
3일 코스피는 21.19포인트(1.09%) 내린 1919.96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설 연휴기간인 지난 28일(현지시간) 양적완화 축소 규모를 100억달러 추가로 늘리기로 결정한 것이 뒤늦게 국내 금융투자시장에 반영됐다. 이날 코스피는 개장 초부터 뒷걸음질을 시작해 장 중 제대로 반등 한번 해보지 못하고 1920대까지 밀려났다. 원달러 환율도 개장 초 10원 이상 급등한 채 거래를 시작하더니 장 막판 상승폭을 늘려 14원 이상 오른 채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186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 1월 27일 신흥국발 경제 위기가 부각돼 5245억원 어치를 판 데 이어 올해 들어 두번째로 많이 팔았다.
기관 투자가는 2174억원을, 개인 투자자들은 2021억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서는 2508억원의 순매도가 유입됐다.
운송장비, 금융, 보험, 기계, 철강금속, 화학 등 대다수 업종이 1% 이상 하락했다. 외국인들의 매도 여파로 대형주의 하락폭이 더 컸다. 의료정밀, 운수창고, 전기가스, 비금속광물, 종이목재, 섬유의복 등만 소폭 올랐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들도 줄줄이 하락했다. SK하이닉스, 한국전력, NAVER, KT&G 등 일부 종목만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다. 현대모비스, LG화학, KB금융, 롯데쇼핑, 하나금융지주 등은 2% 이상 주저앉았다.
한편 코스닥 지수는 1.58포인트(0.31%) 내린 513.62에 거래를 마쳤다. 에머슨퍼시픽, 재영솔루텍, 제룡산업 등 남북경협주들이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실무접촉 제안에 일제히 올랐다. 현대상선도 9% 가까이 급등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대주주인 쉰들러가 유상증자에 불참하기로 결정하자 경영권 방어에 대한 기대로 상승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승 종목은 상한가 8개 포함해 302개를, 하락 종목은 516개를, 보합 종목은 65개를 기록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상승 종목은 상한가 3개 포함해 368개를, 하락 종목은 하한가 3개 포함해 566개를, 보합 종목은 64개를 기록했다.
◆신흥국 불안에 환율 급등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4.1원(1.32%) 오른 1084.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하루 만에 14원 넘게 오른 것은 지난 2013년 6월 20일 14.9원 이후 7개월여 만이다.
미 연준이 테이퍼링에 나서면서 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재점화됐고 글로벌 주요 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등 리스크 회피 성향이 강해진 탓에 원·달러 환율은 1081.0원에 개장해 장중 1085.3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수급 측면에서도 역외 헤지펀드와 패크로 펀드들이 달러 매수에 적극 나선 가운데 은행권의 매수 플레이도 가세하면서 환율이 급등했다.
하지만 수출 업체들의 네고 물량과 고점 대기 매도 물량 부담으로
시중의 한 외환딜러는 "중국발 경제지표가 계속해서 부진한데다 신흥국 금융불안이 계속되고 있어 리스크 회피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수급 여부에 따라 1090원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매경닷컴 김용영 기자 / 최익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