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 가까이 급락하며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1900선 마저 내줬다.
신흥국 통화위기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미국의 경기 회복세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 지표마저도 부진하게 나오면서 국내 증시가 첩첩산중의 형세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바닥권에 거의 근접했다면서 차분한 리스크 관리와 함께 저가 매수로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 ISM 쇼크에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와르르'
4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33.11포인트(1.72%) 급락한 1886.85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1800선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8월 28일 이후 161일만이다.
이날 증시 급락은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일본 니케이지수는 4% 이상 폭락했고, 홍콩 항셍지수도 2.5%대의 낙폭을 보이고 있다.
이날 주가 급락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미국의 경기 지표 부진이 꼽힌다. 3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1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PMI는 51.3로 전월에 비해 5.2포인트나 하락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최대의 낙폭이다. 시장 예상치인 56.4도 크게 밑돌았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이후 신흥국의 통화 위기 공포가 감도는 가운데 미국 제조업 지표의 부진은 확고한 것으로 여겨졌던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불신을 확산시켰다. 이에 따라 전날 뉴욕증시도 일제히 2% 이상 급락했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 부진도 코스피를 끌어 내렸다. 중국의 1월 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월 대비 1.2포인트 하락한 53.4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 경기지표의 부진에 대해 이은택 동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20년만에 한파 영향이 컸던 것으로 실제 서베이에 응한 기업들도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응답했다. 한파가 없던 다른 선진국의 PMI는 견조했다"라며 "지금 증시의 반응은 경기둔화 우려도 있지만, 차익실현과 단기 리스크 회피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6000억원이 넘는 순매도 기조를 나타냈다. 이는 연내 최대치다. 전날 4000억원을 합해 단 이틀 동안 1조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 치운 것이다. 투자자금이 발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는 의미다.
◆ 'PBR 1배=코스피 바닥' 믿음은 여전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스피의 하락세가 지속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연초부터 계속된 코스피 약세에 따라 지수가 바닥권에 거의 근접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PBR 1배 수준을 코스피 바닥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 PBR이 1배 이하로 떨어진다는 것은 코스피 기업을 당장 청산했을 때의 가치보다 지수가 더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증권사마다 상이하지만 대략 1800선 후반에서 1900선 초반이 PBR 1배선으로 인식된다.
즉 현재 시장 환경을 봤을 때 V자형 반등은 쉽지 않겠지만 글로벌 경기가 확실히 회복되는 국면에 있고 지수가 이미 상당히 떨어진 만큼 차분하게 저가 매수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김성욱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가 추가적으로 폭락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지만 2주간 미국과 중국의 거시지표들이 발표되는 점이 우려스럽다"라며 추가적인 단기 충격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기록적인 혹한으로 인해 경제 활동 지표들이 좋을리가 없고, 중국도 개혁과 구조조정을 지속하고 있어 좋은 수치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위축된 투자심리로 인한 주가 반등은 이달 말 이후 기대해볼 수 있으며 4월부터는 기업들의 실적이 발표되면서 지난해 연말 수준인 2000포인트 언저리를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가 내달쯤에는 안정적인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조 센터장은 "한국 증시는 PBR 1배선을 밑돌면 복원이 빨리 될 수 있지만 추세적인 상승 국면으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중국 지표의 개선이 필요하다"라며 "지금은 리스크 관리가 가장 중요한데 이미 주가가 많이 빠졌기 때문에 지금 팔고 나가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주식을 사도 되는 가격이라고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회복 국면임을 감안하면 2분기 이후 주가 상승을 염두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경기민감주인 조선,화학, 정보통신, 은행 등의 업종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 방영덕 기자 / 김잔디 기자 /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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