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2월 5일(06:0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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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의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이 현대증권 인수를 검토 중이다. 현대그룹이 지난해 12월 자구안의 일환으로 현대증권을 공개 매물로 내놨지만 그동안 적절한 인수 후보가 나타나지 않자 산업은행이 구원투수로 나서는 모습이다.
5일 이번 딜에 정통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현대증권 등 현대그룹 금융계열사 매각만 주도하던 입장에서 현대증권을 직접 인수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산업은행이 자체 고유계정으로 현대증권을 인수할 수 없는 만큼 산업은행프라이빗에쿼티(산은PE)가 프로젝트펀드를 만들어 인수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산은PE가 프로젝트펀드를 만들어 여러 재무적투자자(FI)를 끌어 모아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대우건설과 KDB생명(옛 금호생명)을 인수했을 때와 비슷한 방식이다. 이를 위해 산업은행은 다음 주쯤 투자은행(IB) 등에 현대증권 인수 자문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산은PE가 나머지 금융계열사 자산운용·저축은행도 함께 인수할 가능성도 예상해 자문사 선정 이후 정확한 인수 방식과 구조 등이 정해질 방침이다.
산업은행의 이 같은 행보는 현대그룹의 유동성 확보가 시급해 증권 등 자산 매각을 서둘러야 하지만 매각 성사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현대그룹의 주력사이자 현대증권 최대주주인 현대상선만 해도 올해 만기도래 회사채 4200억원, 기업어음(CP) 4000억원, 이자비용 2600억원, 선박금융 비용 3000억원 등 약 1조4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반면 최근 그룹구조조정에서 매물로 나온 동양증권을 비롯해 매각을 추진했지만 답보 상태인 △아이엠투자증권, 리딩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등 △잠재 매물로 꾸준히 거론되는 KDB대우증권, 골든브릿지증권, 한맥투자증권 등 증권사 매물은 넘치지만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전략적투자자는 물론 사모펀드 등 FI도 거의 없다.
IB 관계자는 "국내 증권업은 포화 상태이지만 여전히 국내 증권사 대부분이 리테일 부문에 수익을 의존하고 있어 특별한 강점이 있는 증권사가 아닌 한 매각 성사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또 산은PE가 프로젝트펀드 투자자 유치에 직접 나서면 투자자 확보가 상대적으로 쉬워져 매각 속도가 빨라지고 산은PE 입장에서도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인수 비용을 절반 이상 낮출 수 있다. 여기에 산은PE가 인수 구조를 짤 때 현대그룹에 되사갈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을 줘 향후 현대그룹에 재매각하는 길을 열어두면 투자회수 부담도 줄어든다. 실제로 산은PE는 현대그룹에 콜옵션을 주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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