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올해 금리 상승기를 맞아 채권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 현상을 예상했던 시장 전망과 반대되는 흐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12일 펀드조사업체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주(1월 30일~2월 5일) 전 세계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글로벌 자금 규모는 283억달러(약 30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2007년 이후 집계된 주간 순유출 규모로 최대치다.
그 전주에도 이미 104억달러에 이르는 자금이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가면서 주식형 펀드에서 글로벌 자금 이탈은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는 모습이다.
이 같은 자금 이탈은 대부분 미국 주식형 펀드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주 미국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모두 238억달러(약 25조4000억원)로 집계됐는데 이 역시 주간 순유출 규모로는 2007년 이후 최대치다.
신흥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이머징마켓 주식형 펀드에서도 최근 2주 연속 60억달러가 넘는 자금이 유출됐다.
이머징 주식형 펀드에서 2주 연속 60억달러가 이탈한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이머징 주식형 펀드 중 가장 규모가 큰 글로벌이머징마켓(GEM)펀드에서 지난주 48억3000만달러가 유출되면서 사상 최장 기간인 15주 연속 자금 유출을 기록했다.
정문희 NH농협증권 선임연구원은 "미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와 미국 경제지표 둔화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을 가리지 않고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주식시장을 빠져나온 글로벌 자금은 선진국 채권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일주일 동안 전 세계 채권형 펀드로 유입된 자금 규모는 147억6000만달러(약 15조8000억원)로 주간 단위로는 2008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선진국 채권형 펀드로 167억3000만달러가 유입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한 모습이다.
한국시장만 놓고 봤을 때도 글로벌 자금의 '리버스 로테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월 외국인의 국내 채권 순투자 규모는 6000억원으로 6개월 만에 순유출에서 순투자로 전환했다. 반면 외국인들은 같은 기간 주식시장에서 7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1조원 정도 순유출된 상황이지만 이는 지난 2일 도래한 2조원 규모의 만기도래분 여파에 따른 것으로 월말이면 순유입세로 전환될 거란 전망이 많다.
전날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초저금리
하지만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한 해 미국 증시가 30%가량 상승한 상황에서 미국 경제 지표가 좋지 않게 나오자 이를 계기로 삼아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상황"이라면서 "미국 경기가 둔화 양상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채권시장으로 자금 유입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오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