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2월 17일(06:0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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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발행한 보람 있네.'
회사채 시장에서 성공적인 자금조달을 장담하기 어려운 환경이 계속되고 있지만, 역경을 뚫고 자금조달에 성공한 기업들은 그에 따른 보상을 톡톡히 받고 있다. 최근 회사채를 차환(만기 회사채를 새로운 회사채로 상환하는 것)에 성공한 기업들이 큰 폭 이자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어서다.
17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1일까지 원화표시 공모 무보증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은 총 18개사다. 이들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 평균 금리는 3.97% 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회사채 차환 작업을 마친 기업 중 이자비용 절감 효과를 가장 톡톡히 본 기업 중 하나로 현대제철을 꼽는다. 기존에 지출하던 이자비용과 동일한 금액으로 더 많은 금액을 조달하는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20일 3년물과 5년물, 7년물로 나눠 총 4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3년물과 5년물이 각각 3.219%와 3.62%이고 7년물은 3.915%로 결정됐다. 연간 투입되는 금융비용은 총 142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회사채로 조달한 자금으로 최근 2300억원에 규모 만기 회사채를 상환했다. 이 사채에 대한 연간 이자가 141억9800억원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제철은 같은 이자를 내면서 2배 이상 많은 자금을 쓸 수 있게 된 셈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1월 24일과 지난 6일 만기 도래한 회사채 금리는 각각 5.46%(1500억원)과 7.51%(800억원)다.
현대오일뱅크는 2000억원을 차환하면서 이자비용을 기존 연간 98억원에서 절반 수준인 51억원으로 절감했다. 현대건설도 '건설사 유동성 위기론'을 딛고 수요예측에 성공하면서 조달금리를 큰 폭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이외 대상, AJ렌터카 등도 올해 회사채를 차환하면서 큰 규모로 금리절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자비용 절감이라는 긍정적인 효과에도 지난해 이후부터 최근까지 회사채 시장을 찾는 기업들은 많지 않았다. STX팬오션 법정관리 신청 이후 동양그룹 기업어음(CP) 사태로 투자자들이 회사채 시장을 외면하면서 자금조달에 애를 먹는 기업들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회사채 시장 분위기만을 놓고 보면 '빙하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 견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자금조달 조건을 고려하면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귀띔한다. 최근 지난 2009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글로벌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이자비용 측면에서 보면 아직 기업에게 유리한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
실제로 최근 자금을 조달하는데 드는 조달금리를 나타내는 회사채 금리는 사상 최저치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회사채 평균금리(3년물)는 3.26%를 기록해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회사채 금리는 지난 2009년 2월 7%대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지다 지난해 3월(2.8%) 지난 5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미국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전망) 등으로 오름세를 보이다가 최근 다시 하락 안정화되는 양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장기금리 전망은 여전히 상승세가 예상되고 있어 이 같은 자금조달 환경이 오래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양적완화 축소에도 금리가 크게 오르지는 않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상승 가능성이 높은 상황"며 "앞으로 자금조달 환경이 어려워질 수 있어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 움직임이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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