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김재훈 기자] |
2011년 7월 휠라코리아는 미래에셋 사모펀드(PEF)와 함께 '대형사고'를 쳤다. 골프용품 세계 1위 브랜드인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한 아큐시네트를 인수한 것. 지금도 한국 업체들의 대표적인 글로벌 인수ㆍ합병(M&A) 사례로 꼽힐 뿐만 아니라 하버드대에서 이 과정을 '케이스 스터디' 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세계적으로도 관심이 높다.
그렇다면 2년 남짓 지난 현재 상황은 어떨까. 최근 서울 양재동 휠라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이성훈 재무담당 최고책임자(CFOㆍ43ㆍ부사장)는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투자 목표를 무리없이 달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아큐시네트는 인수 이후 훌륭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1년 13억3400만달러였던 아큐시네트 매출은 2012년엔 14억5100만달러로 8.8% 늘었다. 이 부사장은 "최근 2년 동안 매출이 11% 정도 뛰었는데 주요 시장인 미국ㆍ유럽이 부진했던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셈"이라며 "특히 EBITDA 등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좋아진 점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아큐시네트는 2016년 말 해외 증시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장 후보 국가로는 홍콩, 미국 등이 물망에 오른다. 인수 초기 12%의 지분을 가졌던 휠라코리아는 미래에셋 등 재무적투자자(FI)가 가진 88% 중에서 21%를 단계적으로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이 있다.
이 부사장은 "작년 말까지 콜옵션을 2회 행사해 20% 정도까지 지분율을 올린 상태"라며 "상장이 되면 우리는 33%까지 지분율을 올려 최대주주가 되고, 재무적투자자들은 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장 국가는 여러 상황을 따져야 하지만 홍콩이 가장 유력하다"고 덧붙였다. 휠라코리아는 아큐시네트를 인수할 때 두 가지 효과를 노렸다.
하나는 최대주주로서 갖는 배당수익이었고, 두 번째는 사업 사이의 시너지 효과였다. 휠라가 아시아시장에 강점이 있는 반면 아큐시네트는 미주ㆍ유럽 지역을 장악한 데다 의류와 골프용품 간 시너지 효과도 노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부사장은 "인수 후 자국 브랜드 점유율이 높은 일본에서 타이틀리스트 매출이 작년 한 해만 13% 늘어났다"며 "일본과 한국시장에 내놓은 타이틀리스트 의류도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휠라와 아큐시네트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 "둘 다 전문성을 갖춘 업체들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독립 체제를 유지해 기술개발과 경영 노하우를 각자 발전시키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이 부사장은 "휠라코리아의 국내 사업과 해외 사업 사이 불균형도 해결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휠라코리아는 작년 4분기 한국법인 매출이 4% 늘고, 영업이익은 46%가량 줄어들었다. 반면 미국법인은 작년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1.7%, 영업이익은 231.6%나 늘었다.
그는 "내수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맞다"면서도 "다양한 제품개발을 통해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노력과 런던 올림픽ㆍ소치 동계올림픽 등에서 보인 마케팅 활동으로 어려움을 벗어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작년 휠라코리아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은 미국법인 호조 덕에 7361억원,
이 부사장은 연세대 경제학과와 미국 로체스터대 MBA를 졸업했다. 삼성증권 IB사업본부 M&A팀, 엔씨소프트 재무전략담당을 거쳐 2007년 휠라코리아에 합류했다.
[손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