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는 21일 전날보다 27.26포인트(1.41%) 오른 1957.83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1950선을 웃돈 것은 지난달 22일 이후 20거래일 만이다. 이날 상승은 외국인이 무려 3171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순매수 규모는 지난해 10월 23일(5920억원) 이후 최대다. 이날 외국인들은 전기전자업종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순매수액 가운데 전기전자업종(2627억원)이 83%를 차지했다.
특히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1980억원어치 순매수하면서 전날보다 3.42% 오른 133만원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이후 5거래일 만에 130만원대를 회복했다. 같은 전기전자업종인 SK하이닉스 역시 외국인이 440억원 순매수하면서 전날보다 1.29% 상승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기전자업종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액 중 92%에 달할 정도로 외국인 선호도 높았다.
다른 시총 상위 종목 중에는 현대차(2.70%)를 비롯해 기아차(2.29%) 현대모비스(1.63%) 등 그동안 부진했던 자동차주들이 상승했다. 자동차가 속한 운수장비업종은 외국인이 아니라 기관이 626억원어치 순매수하면서 상승을 이끌었다. 전날 페이스북이 '와츠앱'을 인수한다는 소식으로 8% 넘게 급락했던 네이버도 2.32% 올라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코스피 상승은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 경기모멘텀 회복에 따른 기대감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날 새벽(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는 56.7로 예상치(53.6)를 크게 웃돌아 2010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동시에 나온 지난달 미국 경기선행지수도 전달보다 0.3% 상승한 것도 경기 기대감을 높였다는 평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미국 경기지표가 한파 등 영향으로 부진했는데 모처럼 2월 PMI가 상승하고 경기선행지수도 개선된 것이 코스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선진국 경기 회복 시그널로 인해 삼성전자 현대차 등 수출이 많은 대형 종목 위주로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지수와 대만 자취엔지수도 미국 경기지표 개선에 각각 2.88%, 0.90% 상승했다.
그러나 코스피의 추세적인 상승에 대해서는 다소 비관적인 시각도 있다. 테이퍼링이나 기업 실적, 중국 경기, 환율 등 대외변수가 아직 변한 게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날 외국인 매수세가 전기전자에 집중된 점도 감안해야 할 점이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오늘 코스피 상승은 외국인 수급이 전기전자, 특히 삼성전자에 몰리면서 특정 종목이 주도했던 장세"라며 "외국인이 순매수를 지속하지 않는다면 대외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추세적인 상승은 힘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가운데 기관과 외국인 매매 행태에 차별화를 보이고 있
이날 외국인이 전기전자업종에서 2600억원어치 넘게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운수장비 외에 금융(188억원)과 건설(167억원)을 대거 사들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병호 기자 / 김윤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