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재벌 계열사 대부분이 올해 같은 날ㆍ같은 시각에 정기 주주총회를 열기로 해 소액주주들 관심을 분산시키고 의결권을 무력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주총 일정을 공시한 10대 그룹 소속 12월 결산 상장사는 35개사로, 이 중 28개사(80%)가 3월 14일 오전에 주총을 연다.
특히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계열사 12곳은 이날 오전 9시 동시에 주총을 개최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위아 등 7개 회사가 3월 14일 오전 9시에 주총을 열고 현대하이스코만 같은 달 21일 주총을 개최한다.
LG그룹 역시 3월 14일이 '주총 데이'다. LG상사, LG생활건강 등 7개 회사가 이날 오전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LG디스플레이만 같은 달 7일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GS그룹은 3월 14일(GS홈쇼핑, 코스모신소재)과 3월 21일(GS, GS건설, GS글로벌, 코스모화학)에 주총이 몰려 있다.
SK그룹은 16개 계열사 중 SK텔레콤만 주총일을 3월 21일로 공시했다.
주총이 한날에 몰리는 것에 대해 기업들은 관례와 업무 일정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일각에선 소액주주들 관심을 분산시키고 의결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행위란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또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인 의사 개진을 제한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자투표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현행법상 의무사항이 아닌 전자투표제를 이용하는 기업은 없다. 한국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올해 전자투표 이용업체가 아직 한 곳도 없다"면서 "좋은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전자투표의 필요성을 기업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의지도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손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