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2012년 말 152만20000원이던 삼성전자 보통주는 2월 말 현재 134만9000원으로 11% 하락했지만 삼성전자 우선주는 같은 기간 85만2000원에서 106만3000원으로 24% 상승했다. 2012년 말 보통주 대비 55%에 불과하던 우선주 주가는 2월 말 현재 78%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 같은 '우선주 독주' 현상은 현대차와 삼성전자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최근 LG화학 등 국내 대표 주식 주가도 외국인 매도세에 기를 펴지 못하고 있지만 우선주만은 거침없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 주가 싸고 배당 매력
우선주가 급부상하고 있는 데는 주식시장 투자 패러다임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과거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에 따른 높은 시세차익을 기대했다면 요즘 투자자들은 안정적인 수익에 집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우선주 독주' 현상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의결권이 없는 대신 보통주보다 많은 배당을 주는 우선주는 가치주펀드와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가들이 대거 편입에 나서면서 지난해부터 주식시장의 스타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외국인 매수세까지 가세해 우선주 몸값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이 펀드에 가장 많이 편입한 종목 중 하나인 현대자동차 우선주는 지난 1년간 주가가 90% 가까이 상승했다. LG화학은 지난 1년 동안 우선주 주가가 59% 상승한 반면 보통주 주가는 오히려 14% 하락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전무는 "증시가 박스권 등락을 거듭하고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자 목표수익률을 낮춰 잡은 투자자들이 배당 매력이 있는 우선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 의결권 가치↓ 패러다임 변화
의결권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것이 우선주가 강세를 보이는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신규 순환출자 금지 등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소액주주 보호 등이 강조되면서 대주주 견제를 위한 의결권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주회사 전환 등으로 적대적 인수ㆍ합병(M&A) 가능성이 줄어든 것도 의결권 가치가 하락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
강신우 한화자산운용 대표는 "LGㆍCJㆍSK 등 상당수 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적대적 M&A 위험이 줄어든 이상 의결권이 프리미엄까지 얹어 거래될 필요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투자한 기업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시 찬반 여부는 물론 그 사유까지 공시해야 하는데, 법 개정이 오히려 우선주 선호도를 높였다는 지적도 있다.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번거로운 절차에 신경을 쓰지 않고, 안정적인 배당을 노릴 수 있어 기관선호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박건영 브레인자산운용 대표는 "기관투자가들이 보유 기업 주식에 대해 일일이 의결권을 행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우선주 장점"이라고 말했다.
◆ 우선주 강세 당분간 지속
일각에서는 선진국 수준으로 기업 투명성이 확보되면 우선주와 보통주 간 주가 괴리율이 10~20% 내외까지 축소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우선주와 보통주 간 주가 괴리율이 평균 10%도 채 되지 않는다.
최근 강화된 우선주 퇴출제도도 우량 우선주 주가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7월 거래량
이훈 연구원은 "이번에 도입된 우선주 퇴출제도는 옥석 가리기를 통해 우량 우선주에 대한 투자 매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남권 전무는 "우선주와 보통주 간 주가 괴리율이 축소되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우선주는 저평가 국면에 머물러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라고 설명했다.
[이은아 기자 / 김혜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