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韓銀총재 이주열씨 / 이주열 내정자는 누구 ◆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가 3일 오후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중구에 있는 한국은행 소공별관으로 환하게 웃으면서 들어오고 있다. [김재훈 기자] |
또 이 내정자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통화 정책을 운용하는 데 보다 선제적이고 과감한 금리 정책을 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최근 매일경제 프리미엄 뉴스 기고에서 "한은이 달성하고자 하는 물가 안정은 그 자체가 최종 목표라기보다는 국민 경제 발전을 뒷받침하는 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며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성장을 도외시해도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이 내정자는 "물가 안정 목표를 매년 제시하지 않고 목표 달성 기간을 보다 길게 해 중기목표제를 운용(2004년 이후 3년 단위로 운용)하고 있는 것도 단기적인 물가 목표에 얽매여 경기를 그르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물가 안정' 목표를 지상과제로 여기면서 경제성장은 후순위로 미뤘던 과거 한은 출신 인사들과는 차별된 시각이다. 그렇다고 이 내정자를 전형적인 성장론자(비둘기파)로 보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오히려 이 내정자의 가장 큰 강점을 성장과 물가 안정에 치우치지 않고 당시의 경제 상황에 맞게 유연한 통화 정책을 쓸 수 있다는 점으로 꼽기도 한다.
이 내정자와 함께 일해온 한은 퇴직 인사는 "매파냐, 비둘기파냐 묻는다면 한마디로 대답하기 힘들 만큼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게 이 내정자의 특징"이라며 "지금처럼 경제가 어렵고 성장을 해야 하는 때에는 비둘기파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이달 초 매일경제 기고를 통해 "우리나라는 아직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같은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며 "현시점에 통화 정책 기조를 바꿔 추가적인 완화 조치로 대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국 경제가 바닥을 찍고 서서히 개선되는 시점에 향후 금리 정책의 방향성을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경제 상황이 무르익어 통화 정책을 펴야 할 시기가 온다면 시장 예상보다 한발 앞서 금리를 건드릴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초 박근혜정부가 추경 등 경기 부양에 나서는 와중에 한은이 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치면서 정부와 한은이 '엇박자'를 냈다는 비판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발언이다. 특히 미국의 테이퍼링이 빠르게 진행되는 시점에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타이밍도 예상보다 빨리 현실화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이 내정자는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이 성공하기 위한 제1조건으로 '국민 신뢰'를 강조했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부의장을 역임한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가 각국 중앙은행 총재와 저명한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통화 정책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덕목을 조사한 결과 거의 대부분이 '정직의 전통'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답변이 나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외에 약속한 대로 행동하는 언행일치의 전통을 확립하는 것이 한은의 통화 정책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왕도라는 것이다.
박근혜정부가 그를 신임 한은 총재로 낙점한 것도 김중수 한은 총재의 '소통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내정자는 한은 부총재로 퇴임할 당시 김중수 총재를 비롯한 당시 수뇌부에 따끔한 일침을 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글로벌과 개혁'으로 밀어붙인 김중수식 조직 개편에서 많은 조직원이 상처와 자괴감을 느꼈다는 지적을 해 당시 총재와의 불화설이 나돌았다.
이 내정자는 퇴임 이후 한국화재보험협회 이사장으로 가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서 고문 역할을 하며 와신상담한 끝에 화려하게 한은 총재로 복귀하게 됐다.
■ 약력
△1952년 7월생 △1970
[송성훈 기자 /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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