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 경제가 회복 기운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은 디플레이션 압력에 고민이 많다. 1%를 넘지 않는 물가상승률은 수요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하지만 ECB가 경기 부양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남은 정책 수단이 별로 없다.
기준금리는 이미 제로에 가까운 0.25%여서 지금보다 낮춰봤자 큰 효과를 내기 힘들다. 이미 알고 있는 정책들은 다 풀어놓은 상태인 만큼 유럽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창의력이 필요하다.
일본처럼 무작정 국채 매입에 나선다고 해도 문제가 있다. 18개 회원국의 국채를 지분대로 매입하게 되면 경제가 건실한 독일 채권을 가장 많이 사들여야 한다. 이 경우 독일은 자국의 인플레이션을 감수하면서 다른 나라를 지원하는 형국이 된다. 당연히 독일 등 서유럽 국가의 반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산 매입 정책이 효과를 가지려면 회원국 지분과 상관없이 자산을 사들여야 한다. 이전에도 장기자금대출(LTRO)을 시행할 당시 회원국 지분대로 나누는 대신 자금 수요가 있는 은행들 신청을 받아 무작위로 배분했던 사례가 있다.
최근 이 문제를 두고 오랜 기간 고민해온 ECB가 행동할 준비를 마쳤다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정부가 아닌 기업이나 가계가 발행한 채권을 매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곧 은행이 갖고 있는 대출 자산을 매입하겠다는 의미다. 은행 입장에서도 대출을 한 이후에 자산을 중앙은행에 팔 수 있기 때문에 더 낮은 위험으로 돈을 빌려줄 수 있다.
새로운 정책은 침체에서 갓 벗어난 유럽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반대를 이겨낼 묘안이 뚜렷하지
금리를 소폭 낮추는 정도의 정책만으로 유로존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무리다. 6일 통화정책회의는 ECB의 향후 정책 방향이 구체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제 금융시장에 큰 변곡점을 만들어온 ECB가 이번에도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만들어낼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승현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