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법(旅游法) 시행 이후 빠르게 변하고 있는 요우커(游客)들의 여행 패턴을 고려해 제주도에 공급되는 분양형 호텔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앞으로 요우커들을 잡지 못하면 호텔 운영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에 중국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히 절대적이다. 지난 해 한국에 들어온 중국인 관광객은 432만명으로 우리나라에 온 외국 관광객 중 가장 많은 수다. 특히, 이중 41%에 달하는 181만 여명이 제주도를 다녀갔으며, 이는 지난해 제주도 전체 외국인 관광객(233만여 명)수의 77%에 해당하는 수치다.
요우커, 단체관광에서 개별 자유여행 늘어
특히 지난 10월 시행된 여유법 이후 중국 관광객들의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해외 단체관광이 줄어들고, 개별 자유여행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면세점 매출에서 잘 나타난다. 단체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공항 내 면세점은 매출 신장률이 더딘 반면, 시내나 제주도 내 위치한 면세점은 매출 신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인천공항 내 신라면세점 매출은 지난 해 대비 3.2%, 롯데면세점은 5.3% 증가하는데 그쳤으며, 한국관광공사 면세점은 오히려 6.2% 감소했다.
김포공항 면세점도 롯데가 -8.1%, 신라가 -2.8% 등 부진했다. 하지만 제주도 내 면세점은 롯데와 신라가 각각 59.2%, 56.3%의 매출 신장률을 보였으며, 서울 시내 면세점도 10% 이상의 신장률을 보였다.
또한 지난 10월 여유법 시행 이후 제주도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증가세가 10% 대로 크게 둔화됐다가 올해 들어 다시 증가율이 80%로 반등한 것도 개별관광객이 늘어 증가했다는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제주도의 한 관계자는 “도장 찍듯 관광지와 쇼핑센터를 돌던 관광객 수는 줄어들고,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여행지에서 자유롭고 여유있게 재미를 즐기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며 “전통적인 관광행태에서 휴가나 레저, 의료 등 다양한 스타일로 전환되면서 가정단위 여행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형 호텔, 분양 전부터 요우커 잡기 위해 안간힘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주도에 공급되는 분양형 호텔들은 분양 전부터 중국인 관광객들을 잡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과거 지어놓기만 해도 운영됐던 것과 달리 앞으로는 고급화를 통해 개별관광객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원활한 운영이 가능해 투자자들에게 약속했던 수익률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KB부동산신탁이 공급중인 ‘호텔 리젠트 마린 제주’는 호텔을 착공하기도 전에 중국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하 2층~지상 11층, 전용면적 25~57㎡로 총 327실 규모로 지어지는 이 호텔은 분양하기 전부터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중국 여행사인 (유)화청여행사와 MOU를 체결했다. (유)화청여행사는 제주도에 중국인 관광객을 약 60% 이상을 공급하는 1위 업체다.
전문 중국의료관광 여행사인 ㈜비에스관광개발과도 MOU 체결을 맺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고급화에도 힘쓰고 있다. 보통 분양형 호텔은 부대시설이 많으면 운영비가 늘어나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편견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흐름을 반영해 1~2층에는 레스토랑, 커피숍, 리테일점, 휘트니스센터, 세미나실과 3층에서는 바다를 바라보며 수영할 수 있는 야외수영장까지 조성할 예정이다.
호텔 리젠트 마린 제주의 김욱 분양소장은 “분양형 호텔 공급이 확대돼 경쟁이 불가피해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며 “앞으로 부대시설은 물론 공항이나 항과의 교통 편의성, 그리고 개별 관광객들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야 원활한 운영이 가능한 만큼 분양 전부터 중국인 관광객을 선점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디글로벌은 오는 3월, 제주시 연동 282-3번지 일대에 357실 규모의 ‘디아일랜드 제주’ 호텔을 분양한다. 지하 4층~지상 18층 규모에, 전용면적 기준 23~56㎡의 객실 357실로 구성된 이 호텔도 중국관광객들을 위해 고급화에 나설 예정이다.
LG전자와 ‘휴양/레저 개발사업 파트너십’ 업무 협약을 맺고 유비쿼터스호텔 솔루션 및 인텔리전트 빌딩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으며, 고객들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객실 온도 제어는 물론 호텔 부대서비스까지 이용 가능할 전망이다.
에스알디는 제주 서귀포시 서귀동 일대에 ‘제주 엠스테이 호텔’을 분양 중이다. 지하 3층~지상 10층에 전용면적 16~36㎡, 총 330실 규모로 수영장, 연회장, 마사지센터, 회의실, 카페, 레스토랑 등의 다양한 편의시설을 제공한다. 시행사인
㈜JK메디컬 그룹이 제주시 연동 일대에서 수익형 호텔 ‘JK라마다 앙코르 제주호텔’의 분양중이다. 이 호텔은 지하3층~지상 12층에 전용면적 19~50㎡, 총 225실로 구성된 의료관광 연계 호텔이다.
[매경닷컴 이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