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나 주가연계증권 ELS는 투자했을 때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는 금융상품인데요.
은행이 원금보장을 원하는 고객에게도 이런 고위험 상품을 마구 팔아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고객이 만만한 호객으로만 보이는가 봅니다.
최인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안양에 있는 은행 지점입니다.
▶ 스탠딩 : 최인제 / 기자
- "제가 지금 고객처럼 가장해 은행으로 직접 들어가 볼 텐데요. 천만 원 정도 목돈이 있다고 하면 어떻게 상담을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직원이 얼마간 돈을 묶어둘지 물어보더니, 불쑥 주가연계증권 ELS를 들이밉니다.
▶ 인터뷰 : 은행 창구 직원
- "ELS 상품은 무제한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하반기부터는 5백만 원으로 신규가 안 된대요. 만약 해보신다면 지금 한 번 해보시는 것이…."
그리고선 2010년 이후 손실은 없었다며 자랑스레 자료를 내보입니다.
자영업을 하는 강병천 씨도 이런 꼬임에 넘어가 400만 원을 날렸습니다.
예금 하러 갔다 은행 직원도 한다는 말에 덜컥 펀드에 들었다 손해를 본 것입니다.
▶ 인터뷰 : 강병천 / 펀드 투자 피해자
- "나도 하고 있다 이런 점만 강조하고 여기 여기 사인하고 따라 쓰세요. 끝이에요."
은행에서 펀드에 가입하려면 본인의 투자성향을 확인하는 투자성향서를 써야 합니다.
은행 고객은 대부분 안정형으로 나오는데 그러면 펀드나 ELS 같은 고위험 상품에 투자할 순 없습니다.
▶ 스탠딩 : 최인제 / 기자
- "그렇다고 은행에서 고위험 상품을 팔 수 없는 건 아닙니다. 이런 투자자 확인서만 쓰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이렇게 안정형임에도 굳이 확인서를 쓰고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비율이 절반 가까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동양사태처럼 투자 기업이 쓰러지면 고객은 항의도 못 하고 고스란히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 인터뷰 : 성수용 / 금융감독원 팀장
- "(은행이) 판매실적을 높이려고 형식적으로 위험투자 초과가입 확인서를 받고 물건을 판매했을 가능성이…."
금융당국은 은행의 과도한 고위험 상품 판매를 자제하도록 하는 한편, 고객도 금융 투자 땐 계약서를 좀 더 꼼꼼하게 살펴본 뒤 투자할 것을 권유했습니다.
MBN뉴스 최인제입니다. [ copus@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