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3일까지 코스피는 3.8% 하락해 대만(1.0%) 인도(2.9%) 태국(5.5%) 인도네시아(10.6%) 필리핀(7.4%) 등 아시아 주요 6개 신흥국 가운데 나 홀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국 증시의 약세는 외국인 자금의 움직임에 갈렸다. 같은 기간 한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29억1300만달러(약 3조1200억원) 순유출되는 동안 대만(10억2600만달러) 인도(8억8500만달러) 인도네시아(9억1100만달러) 필리핀(1억5600만달러) 등으로는 오히려 순유입됐다.
아시아 주요 신흥국 가운데 장기간 정치적 불안으로 외면 받아온 태국만이 한국과 더불어 올해 외국인 순매도 국가에 이름을 올렸지만, 태국마저도 순매도 규모는 한국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신흥국 내에서 외국인의 '셀 코리아'가 가장 두드러진 셈이다.
이처럼 이머징 증시 내에서 한국 주식시장이 유난히 외면받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지목된다.
먼저 중국 경기둔화 우려가 불거지면 한국 증시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다. 중국 경제 성장기에 여타 신흥국에 비해 한국 증시의 성과가 좋았던 것과 같은 배경이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은 소재ㆍ산업 업종의 경쟁력이 높고 중국 경기에 민감한 철강이나 화학 업체들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만보다 크다"면서 "다른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의 대체 시장으로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중국에서 일었던 투자 열기가 옮겨가는 게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이익추정치가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것도 한국 증시 약세의 주요 원인이다. 지난해 4분기 '어닝 쇼크'를 겪으면서 한국 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신뢰는 크게 하락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발 악재로 1분기에도 중국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이익이 하향 조정되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있다"며 "한국보다 이익추정치에 대한 신뢰가 나은 대만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국 증시가 차별받는 또 다른 이유로는 지난해 하반기 다른 이머징 증시가 상대적으로 더 부진했던 데 따른 반작용이라는 설명이 있다.
작년 증시 하락폭이 컸던 인도나 인도네시아 등 일부 국가의 경우 경제 체질이 소폭 개선되고 있는 점이 저평가 매력과 맞물려 최근 외국인 매수를 이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인도네시아의 경우 지난해 8월 신흥국 위기 때 외환보유액이 바닥을 찍은 이후 점차 늘어나고 있고 통화 가치가 크게 낮아져 수출 부문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4.48포인트(0.75%) 떨어진 1919.90으로 거래를 마쳤다. 우크라이나 위기와 중국발 악재가 지속되면서 외국인이 5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간 결과 1920선마저 내줬다. 이날 하루에만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742억원을 순매도해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코스피가 1920선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달 6일 1907.89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코스
시장에서는 다음주 예정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완화 규모를 100억달러 추가 축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신흥국 시장에서의 자금유출 우려가 커졌다.
[최재원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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