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이후 저금리가 정착되고 주가의 장기 상승 추세가 형성되면서 펀드 규모 자체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2년 반 동안 종합주가지수가 제자리걸음을 하다 보니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주춤해졌다. 게다가 전체 주식형 펀드 규모에는 과거에 미미했던 상장지수펀드(ETF)가 11조원이나 포함돼 있음을 감안한다면 펀드매니저가 직접 운용하는 전통적인 액티브 펀드 규모는 더욱 줄어든 것이다.
잘 나가던 펀드투자에 제동이 걸린 이유는 뭘까. 우선 2년 넘게 금리조차 넘어서지 못하는 부진한 펀드 성과를 꼽을 수 있다. 많은 펀드매니저가 주가가 크게 올랐던 과거 강세 시장에서의 운용 방식인 인덱스 방식의 포트폴리오를 고집한 것이 그 원인 중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장 환경과 고객 기대치는 변했는데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지나치게 종합주가지수 구성비를 의식하거나 저성장 환경에서 부각될 수밖에 없는 배당에 대한 높은 배려를 하지 않은 것이 고객들 기대는 물론 심지어 종합주가지수 수익률마저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으로 나타나며 2년째 펀드시장 역성장의 원인이 된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과거에 대다수 펀드와 운용사가 강세장에서도 시장 지수를 이겼던 것에 비해 지난 2년 간은 약세장이었음에도 너무 많은 펀드와 운용회사가 지수 수익률조차 이기지 못했다.
그동안 대부분의 주식 투자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경영진의 경쟁력을 판단하여 투자하거나 또는 배당 수익을 고려하는 투자 방식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이익 모멘텀이 좋은 기업들을 찾아내 단기적 관점으로 투자해도 워낙 그 수익이 눈부신 경우가 많다 보니 장기 관점이나 기껏해야 한 자릿수 배당수익률에 천착하는 투자 방식은 그리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던 탓이다.
하지만 산업 전반에 걸쳐 성장 동력이 약해지고 심지어 디플레이션 우려도 나타나다 보니 경쟁력을 갖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영위하면서 꾸준히 배당을 해주는 기업에 대해 시장이 재평가를 하기 시작했다. 아직 국내 기업들의 평균 배당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낮지만 개별 기업을 잘 찾아보면 금리 이상의 시가 배당률을 유지하는 기업이 상당히 많다.
또 배당은 높지 않으나 안정적인 이익 창출로 배당 여력이 탄탄한 회사도 적지 않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기업 경영의 투명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매우 높아져 있어 대주주 역시 배당 외에는 딱히 기업 경영의 성과를 향유할 방법이 없어
[강신우 한화자산운용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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