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3월 14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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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직원이 사기대출을 받아 횡령한 사건으로 KT ENS가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KDB산업은행도 희생양이 됐다. 산은이 앞서 투자했던 KT ENS 회사채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KT ENS가 발행했던 회사채는 지난해 4월 19일을 끝으로 모두 상환됐고, 남아있는 공모채는 산은이 투자한 회사채가 유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법원이 KT ENS에 대출해준 하나은행 국민은행 등 은행들이 법정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산업은행도 사태 관련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14일 현재 산업은행은 KT ENS가 KT네트웍스 시절이었던 지난 2011년 7월 발행한 50억원 규모 공모채(KT네트웍스27회차) 보유 중이다. 당시 산은이 인수한 회사채는 3년 만기로 올해 7월 25일 상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KT ENS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산은은 만기를 4개월여 앞두고 원금 손실 위기에 놓였다.
법원이 KT ENS가 신청한 법정관리를 받아들이게 되면 회사가 갚아야 할 채무는 동결된다. 법원은 회사 자산을 매각해 채권자 중 우선순위에 따라 회사 자산을 매각해 채무원금을 지급한다.
산은이 투자한 사채는 무보증 회사채로 담보 자산이 없어, 원금 회수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다만 선순위 채권이라 상황에 따라 투자금 중 일부를 회수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시중은행이 이번 사태에 연루돼 떼일 위기에 놓인 금액은 하나은행이 1600억원,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이 각각 296억원 규모로 파악된다. 시중 은행에 비하면 산은 측에 예상되는 피해금액은 크지 않다. 다만 국책은행 투자 건에 대한 책임 소재가 발생할 수 있어 산은은 관련 사태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은 측은 "KT ENS 법정관리 신청 이후 관련 투자건을 확인했지만 아직 특별한 대응책을 수립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향후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일 신용평가회사들은 KT ENS 회사채 신용등급을 포함해 KT 계열회사들 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KT ENS 회사채 신용등급을 현행등급 중 가장 낮은 'D'로 끌어내렸다.
KT 계열회사들에 대한 신용위험(채무불이행 위험)이 부각되면서 이들 회사채에 투자한 투자 기관들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날 채권시장에서는 KT를 포함해 KT렌탈 KT캐피탈 KT스카이라이프 등 KT그룹 계열사 회사채에 대한 '팔자' 주문이 쏟아졌다. 아이엠투자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을 통해 KT렌탈 회사채를 매물로 내놨고, 동부증권은 'AA-'급 7년만기 KT캐피탈 회사채(KT캐피탈71-2회차)를 발행금리(4.14%)보다 크게 낮은 3.917%에 매도 주문을 냈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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