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3월 18일(06:0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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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일대에 유통업무설비를 조성하는 '용인양지물류센터' 프로젝트 시공사다. 현대건설은 이 공사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특수목적회사(SPC)인 용인양지물류제일차를 통해 지난 6월 995억원규모 전자단기차채(ABSTB, 전단채) 발행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26억원 불어난 1021억원 규모 전단채를 발행해 이를 차환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투자자에 대한 이자지급액과 SPC에 대한 세금(법인세) 등으로 조달금액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공사는 착공이 지연돼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전단채는 계속 차환 발행되면서 물량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18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용인양지물류제일차는 지난 10일 1030억원 규모 전단채를 발행했다. 앞서 발행했던 전단채를 차환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 12월 발행 물량보다 9억원이 더 늘었다. 이번에 발행한 전단채 만기는 오는 6월 10일이다. 오는 6월에는 차환 물량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건설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부진에다 미착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발생하는 이자비용으로 고민하고 있다. 건설업황 부진이 쉽게 회복되지 않으면서 착공을 전제로 빌렸던 돈에서서 계속 이자만 발생하면서 '이중고'가 커져가는 양상이다.
PF는 부동산 개발계획을 담보로 돈을 빌려 진행하는 사업이다. 주로 시행사가 부동산 개발사업을 기획해 금융회사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으면 시공사(건설사)가 지급보증을 서주는 방식이다. 건설사들은 지급보증을 선 금액을 일반적으로 '우발채무' 항목으로 분류한다. 현재 시점에서는 부채가 아니지만 부동산 개발사업 결과에 따라 부채로 잡힐 수 있다는 의미다.
GS건설도 총 12여개 PF 사업장이 미착공 상태로, 공사를 위해 조달한 금액은 1조5000억원 규모로 파악된다. 대우건설도 '평택 용죽지구' 등 미착공 사업장 3곳을 보유 중으로 PF 금액은 74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들 PF 사업장이 착공 단계를 밟지 못하면서 건설사들은 조달한 자금에서 발생하는 이자와 세금 등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이들 PF 착공이 지연되면서, 금융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실적이 악화되면서 재무구조에 부담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PF 대출금 만기구조가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사들은 PF 대출자금을 은행 등 금융권으로부터 조달해왔으나 금융권이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건설사들이 ABS와 자산담보부대출(ABL), 전단채 등 단기 구조화금융시장으로 차입금 조달처를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 구조화금융 시장으로 차입처가 변화하면서 건설사들 우발채무 유동성 위험은 커지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특히 전단채는 일반적으로 3개월 단위로 롤오버(만기연장)하게 돼 있다"며 "만기가 잦아지는 만큼 단기 PF 사업장 부실에도 채무불이행 가능성도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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