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인상으로 긴축이 본격화되면 그동안 초저금리였던 달러를 조달해 전 세계 주식과 채권 등을 사들였던 글로벌 투자자금이 신흥국을 중심으로 급격히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8.16포인트(0.94%) 하락한 1919.52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지난 2월 6일 1907.89를 기록한 이후 한 달 반 만에 최저치다. 일본 닛케이225지수(1.65%), 대만 자취엔지수(1.06%) 등 아시아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시간외거래 마감 기준으로 2109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 10일 이후 9거래일 연속 매도로 올해 들어 최장기간 매도세를 지속한 것이다. 연초 이후 누적 순매도 규모도 4조원에 육박했다.
지난 19일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처음 주재한 3월 FOMC 정례회의에서는 양적완화를 기존 650억달러에서 4월부터 550억달러로 100억달러 추가 축소한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또 '실업률이 6.5%를 상회하는 한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선제적 안내도 삭제했다. 금리 인상 시점은 양적완화 종료(올해 10월 내지 12월) 이후 6개월이 지난 시점으로 내년 4~6월 무렵이 될 전망이다. 당초 예상됐던 내년 하반기보다 6개월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대다수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됨에 따라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고, 신흥시장에 풀렸던 달러 자금이 미국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의 테이퍼링과 정책금리 인상은 달러 조달로 전 세계 자산을 매입한 포지션의 조달통화가치 상승과 조달금리 인상을 불러와 결과적으로 미국으로 자금 환수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지표도 아직 좋지 않고 중국 기업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소식 등 이머징시장에 대한 경계감이 큰 상황에서 환율 변동성마저 커질 경우 신흥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보수적인 매매흐름이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이후 FOMC 회의는 신흥국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이어졌다. 실제 FOMC 회의 이후 10거래일 동안 코스피 등락률을 살펴보면 최근 6번 가운데 가운데 4번은 지수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테이퍼링 우려가 본격적으로 부각된 지난해 10월 FOMC 회의 이후에는 4.5%나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경기가 온전히 살아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상반기로 앞당기기는 힘들 것' '기준금리 조기 인상은 미국 경기 회복을 전제한 것으로 한국 경제 펀더멘털에도 긍정적'이란 시각도 있지만 설득력은 다소 떨어지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 긴축 우려에 더해 중국A주가 이르면 내년 5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덱스) 신흥시장지수에 편입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펀드 자금 등이 한국 증시에서 3조원 이상 추가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래저래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수급은 당분간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국인의 적극적인 매수 전환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최근 매수 우위를 나타
박성훈 연구원은 "이번주부터 소득공제 장기펀드 판매로 장기성향의 투자자금 증가 여지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수급 측면에서 국내 기관의 매수 우위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지는 업종 내 주요 종목에 대한 매매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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