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거래대금 부진 속에 주식 관련 대출로 수입을 늘리려는 증권사들 전략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가 개인투자자에게 주식거래에 필요한 매매대금을 빌려주는 신용융자잔액이 지난 21일 기준 4조7094억원으로 지난해 6월 25일(4조7612억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신용융자잔액은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각각 3001억원, 2175억원이나 증가해 지난해 말 4조1918억원과 비교해 5000억원 이상 늘었다. 연초 국내 증시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향후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그동안 주가가 곤두박질쳤던 화학ㆍ철강ㆍ조선 업종의 대형주들을 겨냥해 신용대출을 받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올해 들어 21일까지 신용융자잔액 증가 상위 종목은 삼성중공업(387억원 증가) 삼성전자(253억원) LG화학(199억원) 롯데케미칼(188억원) 현대제철(183억원) 제일모직(169억원) 현대건설(147억원) POSCO(147억원) 등 소재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대다수였다. 업황은 여전히 부진하지만 그동안 낙폭이 컸던 소외 종목 중심으로 최근 반등 조짐이 나타나면서 '미니 랠리'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지난해 철강ㆍ화학 종목에 투자했다가 30~50% 손실을 본 개인들이 기존 잔액을 활용해 돈을 빌린 뒤 주식에 재투자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형주의 경우 쉽게 신용융자를 받을 수 있어 레버리지를 일으켜서라도 손실을 만회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이 보유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나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주식담보대출(예탁증권담보융자)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21일 기준 주식담보대출은 8조3462억원으로 지난해 말 7조7555억원보다 6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말 3조2712억원보다는 3배 가까이 늘었다. 주로 현금이 급한 일반 투자자들이나 경영권 방어와 지분 확대가 필요한 대주주들이 주식담보대출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증권사 주식담보대출 담당자는 "주식담보대출이 지난해 1년간 약 6000억원 늘었는데 올해는 3개월간 6000억원 가까이 늘어 증가 속도가 빠르다"며 "은행권의 가계대출 규모가 감소하면서 개인들의 자금 상황이 어려워지자 유동성 확보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대주주의 경우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사업에 필요한 수십억 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신호를 전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도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를 억누르고 있는 악재들이 잠재돼 있는 만큼 무리하게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재원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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