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도 오랜 기간 공을 들여 민간부문 IT 전문가를 영입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다음달 초 조직개편을 통해 IT검사국을 새로 만들 예정인데, 최고책임자로 여성 민간 전문가를 영입한다.
업계 출신이 금융당국 IT 핵심 국장으로 영입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만큼 금융 분야 IT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이 자리는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민간 전문가를 영입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대상자를 물색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한국 금융ㆍ산업권이 ITㆍ보안 전문가를 찾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금융회사 IT 담당자는 "금융권에서 IT와 보안은 물론이고 금융업 전반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직위도 임원급이어야 한다는 조건에 부합하는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경험 있는 ITㆍ보안 전문가들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국내 금융권 전체에 신설될 최고정보책임자(CIO)나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자리만 최소 7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권별로는 증권사가 30개로 가장 많았으며 보험(27개), 은행(5개), 선물(4개), 카드(1개) 순이었다. 게다가 CIOㆍCISO로 3~4명을 앉히는 금융사가 있는 것까지 감안하면 올해 국내 금융권에서 새로 찾아야 할 임원급 ITㆍ보안 전문가는 100명에 달할 전망이다.
이처럼 금융권 수요가 폭발하는 이유는 금융당국 방침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발표한 '금융전산 보안 강화 종합대책'과 지난 10일 내놓은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 등을 통해 CIO가 CISO를 겸하지 못하도록 했다. CIO와 CISO를 겸임하면 효율성과 경제성을 우선시하는 IT업무와 안전성을 중시하는 보안업무 간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한 시중은행 인사 담당 부행장은 "지난해와 올해 금융보안 관련 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내부 발탁보다는 외부에서 영입하는 추세"라며 "단시일 내에 품귀 현상마저 벌어지다 보니 좋은 조건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CISO를 맡으려면 전산이나 ITㆍ보안 관련 학위를 취득했거나 업계 경력이 일정 기간 이상 돼야 하기 때문에 더욱 구하기가 쉽지 않다.
금융권 CIOㆍCISO들 가운데는 국내 대학 가운데 가장 빨리 전산학과를 만든 숭실대ㆍ홍익대ㆍ동국대 출신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금융사에 근무하면서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과정을 이수한 인력들이 신주류로 떠오르는 추세다.
보안 인력 몸값이 높아지자 기업 내부에서 자체 인력 양성에 나서는 곳도 늘고 있다
[박용범 기자 /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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