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의 직원이 9700억원 규모 허위 입금ㆍ지급예정 확인서 등을 발급했다가 은행 자체 조사에서 적발됐다. 이 은행에서 국민주택채권 사기, 도쿄지점 불법 대출에 이어 허위 확인서 발급까지 터지자 내부 통제 소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6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국민은행 신정동의 한 지점 팀장인 이 모씨(52)는 2월부터 부동산개발업체 대표 강 모씨에게 실제 예금이 없음에도 4차례에 걸쳐 3600억원이 입금된 것처럼 입금증을 교부했다.
또 10차례에 걸쳐 6101억원 규모의 허위 임의확인서(입금 및 지급예정 확인서 등)를 발급했다. 이 팀장은 특히 지점ㆍ법인 인감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명판, 직인ㆍ사인을 날인해 확인서를 발급했다.
결과적으로 이씨는 실제 거래가 일어나지 않았던 사안들에 대해 강씨에게 확인서를 발급해 준 셈이다. 강씨는 이 서류를 근거로 사업을 하려다가 내용을 수상히 여긴 한 거래 상대방의 확인 요청으로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지난 4일 이 팀장과 강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금융감독원은 관련 내용을 보고 받고 지난 4일 전 금융권에 관련 피해 예방에 각별히 유의하라고 지시했다.
허위 확인서를 근거로 돈을 빌리거나 입찰에 참여하는 사례가 있을 경우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은 다른 금융회사에서도 이런 수법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는지 자체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까지 2차 피해 신고는 없지만 예금입금증, 현금보관증, 기타 임의확인서 등은 은행에서 사용하지 않는 임의 양식으로 사기 수법에 악용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이 팀장이 왜 강씨에게 허위 확인서를 발급해줬는지 조사 중이다.
이번 사고는 내부 통제 소홀로 빚어진 측면도 있지만 은행원의 기본 윤리를 망각한 행위라는 점에서 문제가 더 크다는 지적이다.
국민은행 같은 대형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보기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조잡한 서류 위조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입금증, 임의확인서 모두 은행이 아니라 개인 명의로 발급된 것으로
KB금융그룹과 국민은행이 조직문화쇄신책을 발표한 지 이틀 만에 지점에서 위법 사례가 발견되면서 조직 쇄신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게 됐다.
KB금융그룹은 지난 2일 인사제도 개선, 내부통제 강화, 직원 윤리의식 제고 등의 내용을 담은 조직쇄신안을 내놨다.
[박용범 기자 / 이덕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