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것은 저성장에 대한 염려가 커질수록 성장주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성장 정체에 불안감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당장 돈을 버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할지라도, 성장에 대한 기대감과 확신이 높은 기업이라면 시장에서 버블을 염려할 정도로 높은 프리미엄을 주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세계 경제성장을 주도할 산업으로 전기차, 모바일 상거래, 헬스케어산업 등이 꼽히는데, 이들 산업의 대표 기업은 테슬라, 페이스북, 아마존, 길리어드 등이다. 이들 기업가치는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해 매우 높은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
전기차 시대 태동을 주도하고 있는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약 30조원에 육박하는데, 지난해 매출은 약 2조원, 순이익은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의 기아자동차 시가총액이 약 25조원이고, 2013년 매출 47조원과 순이익 3조8000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테슬라의 재무제표는 아직 초라한 수준이다.
모바일 인터넷산업 성장의 대표 수혜 기업인 페이스북 역시 시가총액이 160조원인 데 비해 작년 매출은 약 8조원, 순이익은 1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또 전 세계 소비 트렌드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160조원 수준이지만, 미국 오프라인 유통의 대표 기업인 베스트바이 시가총액은 9조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매출액은 아마존이 75조원, 베스트바이가 40조원이었고, 순이익은 아마존 3000억원, 베스트바이 5000억원 수준이었다. 실적만 비교하면 두 기업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시가총액은 18배나 차이가 난다.
이러한 성장 기업들의 높은 프리미엄을 보수적 시각에서는 버블로 의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통 방식의 기업들은 대규모 설비투자와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업황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녔던 데 반해, 새로운 성장을 주도하는 이들 기업은 뛰어난 창의력, 소규모 인력, 낮은 설비투자 부담을 바탕으로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되기 때문에 과거보다 높은 프리미엄이 형성되었을
[박건영 브레인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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