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4월 03일(06:0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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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은 지난 1월 27일 만기 도래한 800억원 규모 공모사채 차환(만기 회사채를 새로운 회사채를 발행해 갚는 것)을 포기하고 현금으로 갚았다. 회사채 시장 불확실성이 커 성공적인 자금조달을 장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3개월만에 LG생활건강은 회사채 시장 깜짝 등장했다. 3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소식을 알리면서 투자금융(IB)업계 관심을 집중시켰다.
#GS이앤알(구 STX에너지)은 GS그룹에 인수된 이후 첫 회사채 발행을 위해 지난달 27일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1000억원 규모 자금을 모집하는데 기관 자금 총 4200억원이 몰려 흥행기록을 세웠다. 예상 밖 투자 수요가 확인되자 GS이앤알은 애초 발행금액보다 2배 더 많은 2000억원을 발행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지난해 STX, 동양 사태 등으로 빙하기를 맞았던 회사채 시장에 다시 온기가 감도는 모습이다. 회사채 투자를 머뭇거렸던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회사채를 담으면서 기업들 자금조달 환경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수요예측 흥행으로 예정보다 더 많은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들이 다수 눈에 띈다. 회사채 시장 투심이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자 관망세를 보였던 기업들도 회사채 발행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지난 1분기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들이 애초 조달하겠다고 밝힌 금액은 2조7600억원 규모였지만 실제 발행금액은 4조1000억원에 달한다. 증액 발행을 통해 1조3400억원이 추가로 조달된 셈이다. LG디스플레이와 현대위아 등 최근 수요예측에서 대규모 자금이 몰린 바 있어 증액발행을 통한 추가 조달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할 때는 증권신고서에 모집금액을 명시하고 해당 금액에 대한 수요예측을 통해 발행금리를 결정한다. 수요예측에서 모집금액을 웃도는 주문이 들어와 흥행에 성공하면 신고서에 기재한 발행한도를 넘지 않는 선에서 초과수요에 대해 발행금액을 늘리는 형태다.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 적극적인 기관은 보험사와 연기금 등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정부 공기업 부채감축 영향으로 공사채가 공급이 줄면서, 이들 기관은 대체재로 우량 회사채를 적극 쓸어 담고 있다. 향후 금리가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는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시도가 맞물리면서 최근 회사채 발행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변하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우량채 위주로 발행 환경이 개선되면서 일부 대기업 계열사들은 보수적인 전략에서 회사채를 발행하는 쪽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
LG생활건강 이외에도 자금조달 시장에서 적극적인 기업들은 대부분 대기업 계열사들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로템도 자금조달 전략에 변화를 준 회사로 꼽힌다. 지난 1월 28일 만기 도래한 1000억원 공모사채를 내부 현금으로 상환했으나 지난 3월 초에는 2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최근에는 회사채 시장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오리온도 내부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2년만에 500억원 규모 공모사채 발행을 추진 중이다. 이마트도 올해 초 이후 이달 3000억원 규모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 작업에 나서는 등 자금조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말로 주주총회 시즌이 마무리되면서 이달부터는 우량 대기업들 회사채 발행 소식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회사채 시장이 정상화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업들은 여전히 신용등급이 우량한 일부 기업에 국한되는 '양극화'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건설 조선 해운 등 취약업종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시도 자체가 안되고 있다"며 "대기업 위주로만 회사채가 소화되는 시장이라 정상적인 시장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태욱 기자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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