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4월 04일(06:04)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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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이 새로운 은행 건전성 기준인 바젤Ⅲ 도입 이후 국내 은행 최초로 후순위채권 발행에 나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새로운 기준이 적용된 첫 후순위채권을 미국 달러로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4일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후순위 달러화채권 발행을 위해 최근 주간사를 선정하고 발행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규모는 5억~7억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은 주간사로 JP모간, 바클레이즈, HSBC, BoA메릴린치, CLSA, BNP파리바, 노무라 등 총 7곳을 선정했다.
후순위채는 발행사가 파산했을 때 다른 채권자들의 부채가 모두 청산된 다음에 가장 마지막으로 상환 받을 수 있는 채권이다. 일정 조건을 갖춘 후순위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은행들이 신종자본증권(영구채)과 함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사용해 왔다.
바젤Ⅲ 아래에서 후순위채가 자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조건부자본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 조건부자본은 발행기관이 경영개선명령을 받거나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상각되거나 보통주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바젤Ⅱ에서 발행된 후순위채는 이 조항이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바젤Ⅲ에서는 해당 증권의 자본인정비율을 매년 10%씩 차감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 은행들이 앞다퉈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것도 바젤Ⅲ 시행을 앞두고 미리 자본인정증권을 확보해두려는 의도가 컸다.
바젤Ⅲ 시행 후 첫 발행인 만큼 은행업계의 관심이 크게 쏠려 있다. 하반기 발행을 계획하고 있는 한 은행 관계자는 "한국 은행의 조건부자본증권이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첫 시험대에 오른 셈"이라며 "좋은 조건으로 뒤이어 발행할 국내 금융기관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우리은행의 이번 후순위 달러화채권이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달 잇달아 나온 일본 스미토모은행과 미즈호은행의 후순위 글로벌본드도 투자자들의 호응 속에 발행에 성공한 바 있다. 현재 일본 은행들 역시 바젤Ⅲ의 지배를 받고 있다. IB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도 일본 은행들과 비슷한 조건을 달고 발행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은행법 상에는 국내 은행의 조건부자본 조항이 포함된 후순위채 발행에 대한 근거가 없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조건부자본증권 발행 활성화를 위한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한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이번 후순위채 발행을 지난해 개정된 은행업감독업무 시행세칙에 근거해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후순위채를 '상각조건부'로 발행하면 현 감독 규정상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논의 중에 있다"면서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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