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최근 순매수로 돌아선 배경과 이들이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종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날까지 10거래일 연속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2175억원 누적 순매수했다. 지난해 8월 23일부터 10월 30일까지 44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기록한 이후 최장 기간 순매수 행진이다.
외국인이 최근 유가증권시장에서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는 것은 지난해 4분기 이후 선진국으로 과도하게 집중됐던 글로벌 투자금이 최근 23주 만에 신흥국 투자 주식형 펀드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세계 최대 ETF 운용사인 블랙록의 신흥국 투자 펀드인 'ishare MSCI EM ETF'에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7일까지 약 41억달러(4조310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MSCI 신흥국 지수에서 한국 비중이 16%인 점을 감안하면 블랙록 신흥국 ETF를 통해서만 약 6900억원의 자금이 한국 증시에 들어온 셈이다.
최근 10거래일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을 살펴보면 전기전자(IT), 자동차, 은행 3가지 업종을 집중적으로 담았음을 알 수 있다. 개별 종목으로는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 LG전자, KODEX200 상장지수펀드(ETF), 신한지주 등 6개 종목을 각 1000억원 이상 사들였다. 삼성전자의 순매수 금액이 1조333억원으로 매수 강도가 매우 강했다.
이밖에 전자 업종에선 LG디스플레이, 자동차 업종에선 한국타이어와 현대모비스, 은행 업종에선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 등이 순매수 상위 목록에 포함됐다. 실적 대비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한국의 주력 산업인 IT와 자동차 업종 대표주,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인 은행주들을 대거 사들인 것이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익 성장이 아닌 저평가 종목의 정상화 시각에서 보면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살 이유는 충분하다"며 "삼성전자와 POSCO 등 외국인이 사들이고 있는 시가총액 상위 대표 종목들에 대한 긍정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반면 지난달 27일 이후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전문가들은 기관이 매도 우위 국면에서도 외국인과 동시에 많이 사들이고 있는 LG화학 삼성물산 삼성테크윈 등 종목들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순매수 지속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식형 펀드 환매 등 수급 문제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코스피가 2000선 부근에서 더딘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박스권 돌파의 관건은 글로벌 신흥국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지적이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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