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친ㆍ인척뿐 아니라 윤 팀장 지인 등 국민은행 고객 수십 명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단순한 예금 횡령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윤 팀장이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정황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최소 5년 이상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져 국민은행ㆍ국민카드 내부 통제가 매우 허술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9일 매일경제신문이 확인한 피해자들의 국민은행ㆍ국민카드 거래 내역서와 계좌 내역에 따르면 윤 팀장은 고객 신분증 등을 보관하고 있다가 임의로 예금을 인출하고 수천만~수억 원대를 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들은 윤 팀장이 고객 신분을 위장해 은행ㆍ카드 대출을 받아서 '돌려막기'를 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윤 팀장은 은행 자체 조사에서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것은 지난 2~3월 초였다. 받지도 않은 대출이 연체됐다고 통보되며 상환 독촉이 왔기 때문이다. 고객 민원이 잇따르자 국민은행은 3월 초 윤 팀장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한 달여 동안 자체 조사를 벌였다.
피해자 중 한 명인 친척 A씨는 약 5억원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됐고 윤 팀장 집으로 찾아갔다. A씨는 "윤 팀장 집에서 고객 명의 통장 200여 개와 도장 80여 개를 발견했다"며 "내 명의 통장을 포함해 거의 대부분이 고객 몰래 발급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피해자들과 연락해 본 결과 이제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50~60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까지 은행 측에 피해가 접수된 인원은 10여 명"이라며 "사실 관계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윤 팀장은 고객 명의로 예금ㆍ적금에 가입하고 바로 뒤 해지하는 수법으로 돈을 빼돌렸다. 해지 내역이 인쇄된 통장에는 테이프를 붙여 복사해 고객에게 보여주며 의심을 피해갔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윤 팀장이 나도 모르게 통장 분실 신고를 하고 명의를 도용해 대출을 받아 신용불량자가 될 처지에 몰렸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모두 윤 팀장을 통해 국민은행과 거래했는데 이때 제공한 정보를 윤 팀장이 불법 대출에 활용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윤 팀장이 대출받은 자금의 행방은 묘연하다. 국민카드ㆍ국민은행 정보유출 사건으로 떠들썩했던 지난 2월에도 범행을 계속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피해자들은 윤 팀장 단독 범행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감독원 검사와 사법기관 수사를 요청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내부 통제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난 사건으로 보고 강하게 제재할 방침이다.
[박용범 기자 /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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