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4월 11일(11:47)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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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신동빈 부자의 야심작인 제2롯데월드가 롯데그룹의 재무구조에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다.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적자로 돌아섰고 시행사 롯데물산은 회사채 흥행에 참패해 자금을 마련할 길이 요원해졌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연일 안전사고를 일으키며 계열사의 경영에도 부담을 주는 제2롯데월드를 두고 '바벨탑의 저주'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제2롯데월드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오랜 숙원이다. 공군의 주요거점인 성남공항의 활주로 방향을 바꾸면서까지 허가를 따냈다. 창업주의 열망이 담긴 사업이지만 숱한 사고를 일으키며 골칫거리가 됐다.
지난 8일 제2롯데월드에서 일하던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안전사고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이은 안전사고에 서울시가 현장 안전감독을 직접 전담하고 나선 다음에도 인명사고가 재발한 것이다.
제2롯데월드는 잇따른 안전사고로 지난 2월부터 서울시 안전점검을 받아왔다. 작년 6월 123층짜리 건물인 타워동 43층에서 거푸집이 떨어져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고, 작년 10월엔 저층부 건물인 캐주얼동 11층에서 철제 파이프가 떨어져 지나가던 시민이 부상을 당했다. 올해 2월엔 타워동 44층 철골 용접기 보관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연이은 사고에 5월 개장목표도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지난해 말에는 삼성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에 민간 헬기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도심 내에 이후 건설 중인 고층 건물에 고도제한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고개를 든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제2롯데월드 완공 계획이 변경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출마한 이혜훈 최고의원은 지난해 헬기 사고 직후 제2롯데월드의 층수조정을 적극적으로 주문한 게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제2롯데월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주를 이루면서 시행사인 롯데물산과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자본시장에서 자금조달길이 사실상 막힌 상황이다.
지난해 헬기 사고 이후 롯데물산은 회사채 발행과정에서 흥행 참패를 맛봤다. 수요예측에서 단 한건의 기관 참여도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앞으로 자금조달 과정에서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할 판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물산의 회사채 흥행실패는 제2롯데월드의 사업성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방증한다"며 "창업주의 고집으로 상징적인 건축물을 만들 수는 있지만 수익을 내기에는 장애물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롯데건설은 회사채 발행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제2롯데월드 개장 이후 수익성에 대한 기관투자자들 의문이 커지면서 롯데건설 투자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은 다음달 13일 만기를 앞둔 공모사채 3500억원을 현금으로 상환하기로 했다. 현금성자산과 예금 등 6300억원 중 절반을 빚 상환에 써야 하는 만큼 현재 진행중인 공사 등 건설 사업에 필요한 운영자금 활용에도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국내최초의 초고층빌딩 건축과 잇따른 안전사고로 이미 안전진단비용 등 각종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마당이다.
제2롯데월드가 완공되면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우선 입주할 계획이지만 중심업무지구에서 먼 잠실에서 남은 공간을 채우기는 쉽지 않다는 것. 여의도IFC 등 새로 지어진 고층 빌딩들도 공실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전례가 없던 초고층건물의 주차·교통체증 등 환경 문제도 걸림돌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지역 상업용 부동산 초과 공급이 예상되고 있어 공실 발생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제2롯데월드 주변 환경과 교통개선 등에 대한 민원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재무부담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서태욱 기자 /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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