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은행권에서 잇따른 부실대출과 비리 등으로 일본 도쿄지점발 후폭풍이 거세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신한은행 도쿄지점에 대해 부당 대출 및 비자금 조성혐의로 현장검사를 벌이고 있다. 조만간 산업은행에 대한 검사도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도쿄지점의 경우 최근 700억원대 부실대출 가운데 일부가 국내로 유입된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 은행의 도쿄지점 직원중 일부가 자신의 연봉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국내로 송금한 사실이 적발된 것.
이들 은행에서 국내에 반입된 부당금액만 최대 60억원으로 추산, 이중 비자금으로 활용된 액수와 용처를 놓고 감독당국이 조사를 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산업은행이 자체 감사한 결과 다수의 부실 가능성이 포착돼 현지 조치한 사실을 감독당국에 보고, 조만간 금감원 검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국민은행 도쿄지점 현지 직원 1명은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 긴자 소재 지점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직원의 자살이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비자금 의혹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당시 도쿄 지점장이 구속되면서 비자금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본 도쿄지점의 경우 문제가 심각해 사실상 모든 은행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150개 해외점포, 왜 도쿄지점인가 = 국내은행의 해외 점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50개 정도된다.
외환은행이 30개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우리은행 24개, 산업·신한은행 각각 20개, 수출입은행 19개, 국민은행 11개, 기업은행10개, 하나은행 9개, 농협은행 4개, 부산은행 2개, 대구은행 1개 등이다.
해외지점의 경우 국내는 물론 현지 금융감독당국의 검사와 자료제출 요구 등에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아 쉽게 비리에 노출될 수 있다.
또 현지 직원이 꾸민 대출서류를 본국에서 심사한다고는 하나 규모가 크지 않은 경우 본국 심사팀이 일일이 다 실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서류로만 대출심사가 통과, 문제를 키우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왜 수많은 해외 점포중 일본 도쿄지점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
도쿄지점 불법대출 사고는 일본 현지에서 자금 운용처를 찾지 못해 갈피를 못잡고 있는 영업환경이 초래한 사고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본은 과거 20년 장기불황으로 제로성장을 해오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순이자마진(NIM)을 기록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속에서도 국내 은행들은 일본 도쿄지점에서도 국내와 같은 수준의 영업 목표치를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 도쿄지점은 현지에서 제2금융권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고객 대부분이 신용도가 낮아 일본 은행들을 이용하기 힘든 재일교포나 신규 진출한 무역업자 대상 여신업무가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먼저 문제가 불거진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자산증대는 불법대출을 취급하기 시작한 2000년대 말부터 급증했는데영업마진 증가 속도가 자산증대 속도를 앞서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도쿄지점 직원들은 여신업무 외에도 본사에서 온 임원들의 의전활동을 주로 도맡아 하기 때문에 출신성분 자체가 소위 말하는'로얄 라인'을 타야 갈 수 있다.
특히, 근무하면서 은행장 등 고위 임원들에게 눈도장이 잘 찍힌 직원은 고속승진의 혜택을 제대로 볼 수 있다. 그만큼 윗선의 압력에 좌지우지 당할 여지가 많은 셈이다.
여기에다 국내와 현지 감독당국이 감시한다고 하더라도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불법대출을 적발하기는 쉽지 않아 '비리의 싹'을 틔울 수 있는 조건은 다 갖췄다. 감독당국은 도쿄지점에서 조성된 뒷돈이 지난해 물러난 우리금융지주의 옛 최고경영진에 흘러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최근 국민·우리·기업은행 도쿄지점에서 적발된 부당대출 규모는 5700억원에 달한다. 각 은행들의 일본지점에서 조성된 비자금이 국내로 유입, 각종 로비에 연루됐다는 혐의가 현실화 하면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 도쿄이어 중국지점 등도 점검 확대 = 금감원은 일본 도쿄지점 외에도 중국지점 등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계획이다.
중국은 연평균 대출 증가율이 30%를 웃돌고 500만달러 이상의 거액여신 부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제2의 도쿄지점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중국 현지법인들이 내준 500만달러 이상 거액여신의 부실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은행 현지법인의 거액여신은 총 66억7000만 달러로 전체 여신(105억7000만달러)의 63.1%에 달한다. 거액여신을 빌린 곳(기업또는
금감원 관계자는 "도쿄지점 부당대출과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중국을 비롯한 다른 해외점포에서도 비슷한 일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라 해외 검사 점검범위를 대폭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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