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준 하나은행장이 하나캐피탈의 미래저축은행 부당 자금 지원과 관련해 '문책 경고'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로 인해 김 행장은 내년 2월까지의 임기 자체에는 영향이 없겠지만 리더십에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중징계에 따라 김 행장은 향후 3년간 금융권에 재취업할 수 없기 때문에 임기를 마친 이후 연임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김 행장의 조기 사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7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하나캐피탈과 하나금융지주에 대한 검사 결과를 상정해 징계 수위를 확정지었다.
2011년 하나캐피탈이 부실화한 미래저축은행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145억원을 투자한 결정이 정상적이지 못한 결정이라고 심의위원회는 판단하고 김 행장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당시 투자로 인해 하나캐피탈은 60억여원의 손해를 봤다. 또한 금감원은 검사 결과 하나캐피탈의 투자 결정 과정에서 이사회가 적법하게 열리지 않았고, 이사회 개최 날짜 역시 조작됐다고 판단했다.
해당 건에 대해서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주의적 경고'를 받았고 다른 임직원 5명에 대해서는 감봉 조치를 내렸다.
하나캐피탈은 기관 경고를 받았고, 하나금융지주는 기관주의를 받았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징계는 주의, 주의적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5단계다. 주의적경고까지는 경징계, 문책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징계 수위를 놓고 상당한 진통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데 3시간이 넘게 걸렸다.
김 행장이 직접 심의위원회에 참여해 이번 건이 중징계까지 받을 사안은 아니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이사회 관련 서류에 일부 문제가 있었지만 투자 결정 과정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하지만 김 행장의 소명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심의위원회는 당초 금감원이 제시한 김 행장에 대한 중징계를 결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 과정에서 절차를 제대로 준수했는지에 대한 토론이 길어졌다"며 "앞으로 지주사 등 대주주가 개입해서 영향력을 행사하면 행위자를 엄벌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김승유 전 회장도 관여가 있었다는 것을 위원들이 인정했다"며 "징계 수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기본 안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됐다"고 덧붙였다.
금융계에서는 김 행장이 이번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소송을 제기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징계가 결정됐다는 것은 금융당국이 행장직을 내려놓으라는 암묵적인 압박으로 볼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김 행장이 임기를 채우기가 쉽지
이와 관련해 하나금융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징계 결과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할 상황이 아니다"며 언급을 회피했지만 제재심의위원회에서는 경징계로 징계 수위가 낮춰질 것이라고 낙관했던 터라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박용범 기자 / 안정훈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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