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에도 코스피는 전날보다 0.16포인트(0.01%) 낮아진 1992.05를 기록하며 2000선에서 밑돌고 있는 반면 코스닥은 지난 2일 550선에 도달한 뒤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이날은 전날보다 소폭(0.04%) 내린 565.75에 마감했지만 전날까지 최근 5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지난해 5월 28일(585.76) 기록했던 최고점을 향해가고 있다. 코스닥은 올해 들어 지난 1월 3% 상승을 시작으로 2~3월 각각 2.7%, 2.4% 오른 뒤 4월에도 상승폭이 커졌다. 이달 들어 조정 가능성이 대두됐지만 이날까지 4.5%나 뛰었다.
특히 코스닥은 나스닥 부진 속에서 글로벌 중소형주 지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닥은 작년 말 종가 대비 지난 16일 기준으로 13.2% 상승한 반면 미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중소형주 지수는 떨어졌다. 나스닥과 러셀2000, S&P스몰캡600 등 미국을 대표하는 중소형주 지수는 같은 기간 1~2% 하락했고, 일본 자스닥은 8.6% 손실을 냈다. 중국 차이넥스트는 4.2% 올랐지만 코스닥 상승률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코스닥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코스피의 상대적 부진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원ㆍ달러 환율이 이달 들어 1050원을 밑도는 원화 강세가 나타나면서 코스피에 상장된 대형 수출주 주가는 다시 발목이 잡혔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달 들어 17일까지 각각 4.5%, 1.0% 하락했다. 또 대형주의 1분기 실적 발표로 '어닝쇼크' 염려가 잦아들 때까지는 코스닥 위주의 안전투자가 힘을 얻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코스피는 2000선 부근에 가면 투신권 위주로 펀드 환매 물량이 쏟아지고 있는 반면 코스닥은 최근 550선을 뚫으면서 환매 물량 부담이 크게 줄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미국 나스닥과 달리 대형 기술주나 바이오주가 주로 코스피에 상장돼 있다는 점이 나스닥 같은 조정이 코스닥에 나타나지 않는 이유라고 해석한다.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최근 나스닥 급락 여파로 국내에서도 네이버 같은 인터넷기술 대표주 주가가 휘청이고 있다"며 "하지만 국내 증시는 우량 기술주가 코스피에 주로 있기 때문에 코스닥시장이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다"고 말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코스닥에 상장된 중소형주는 미국과 달리 기술주라는 카테고리로 묶기 힘들다"며 "나스닥 영향으로 코스닥지수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대다수 전문가들은 코스닥이 지난해 최고치(585.76)를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마주옥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는 실적이 부진한 코스닥 테마주가 과열됐다면 올해는 실적이 양호한 종목이 재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다르다"며 "작년 같은 큰 폭의 조정 대신 올해 내내 중소형주 강세 흐름이 이어질 수
그러나 코스닥이 크게 오를 때마다 등장하는 코스닥 거품론도 솔솔 나오고 있다. 김 팀장은 "코스닥 주가가 바닥에서 많이 올라왔고 코스닥 종목은 변동성이 높다"며 "가격 매력이 돋보이는 대형주 위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병호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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