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이 자본시장에 끼치는 긍정적인 기능은 다양하다. 무엇보다 합병 대상 기업 처지에서 스팩은 기업공개(IPO)의 대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반적인 주식시장 여건상 IPO 시장이 우호적이지 않을 때 대안으로서 스팩을 고려하게 된다. 투자자로서 스팩은 합병이 성사되고 주가가 상승할 때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고 실패하더라도 이자율 정도 수익은 얻을 수 있는 투자처다. 스폰서 처지에서는 자금 모집이 까다로운 사모펀드 시장에서 유동성공급자(LP) 자금을 조달하는 대신 보다 쉬운 공모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통로다. 공모 전 유리한 조건으로 지분 투자가 가능해 향후 주가가 상승할 때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벤처캐피털이나 PEF 등 사모펀드 운용사 처지에서 스팩은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 창구로 활용될 수 있다.
제도 도입 이후 성공에 대한 기대를 한껏 받으며 22개에 달하는 스팩이 상장됐으나 이 중 인수ㆍ합병(M&A)에 성공한 스팩은 10개에 불과했다. 이는 고스란히 시장의 실망으로 이어졌다. 그러던 중 올해 들어 몇몇 스팩이 합병을 성사시킨 후 주가가 상승해 스폰서와 투자자들에게 높은 투자 수익을 안겨주기 시작하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이 같은 성공에 고무받은 몇몇 증권사들은 이른바 제2기 스팩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팩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2003년부터 현재까지 스팩 115건이 성사되고 72건이 청산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스팩 성공률이 아주 낮다고도 할 수 없다.
향후 스팩이 활성화하고 매력적인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성장성 높은 합병 대상 기업을 발굴하고 합병을 성사시키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상장 후 지속적으로 주가가 상승할 수 있으려면 스팩의 스폰서가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수단과 역량
이것은 외국 스팩 시장에 충분히 검증된 PEF 등 사모펀드 운용사들 위주로 참여하는 이유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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