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4월 28일(06:0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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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핫딜'은 단연 동양매직이다. 본입찰이 다음주로 임박해지면서 9개에 달하는 후보들 중 누가 동양매직을 품에 안을 승자가 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재도전 후보들인 현대홈쇼핑과 교원그룹의 행보에 관심이 높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동양과 매각주관사 삼일회계법인은 동양매직 지분 100%를 매각하기 위한 본입찰을 오는 30일 실시할 예정이다. 실사를 거의 완료한 9개 후보들 대부분이 본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입찰 결과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당 9개 후보들은 ▲현대홈쇼핑-기업은행 PE-아주IB 컨소시엄 ▲교원그룹 ▲나이스그룹 ▲KG그룹 ▲SFA ▲쿠쿠 홈시스-KTB PE 컨소시엄 ▲일본 팔로마-글랜우드 컨소시엄 ▲한앤컴퍼니 ▲이스트브릿지다.
M&A 시장에서는 모든 후보들이 저마다 강점과 약점을 갖고 있어 쉽게 승자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위기지만 그래도 대기업 전략적 투자자(SI)군의 인수 가능성을 보다 높게 점치고 있다.
일단 대기업들은 중견기업에 비해 자금력이 우월하고 인수 후 얻을 수 있는 시너지가 뚜렷하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또한 동양매직의 입장에선 향후 재매각이 전제될 수 밖에 없는 재무적 투자자(FI)로의 인수에 비해 안정적이고 외국 기업으로의 인수 시 필연적으로 불거지는 기술 유출 논란을 피해갈 수 있다. 실제로 매도자인 ㈜동양과 매각 당사자인 동양매직 관계자들도 대기업으로의 매각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에 따라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다시 도전한 현대홈쇼핑과 교원그룹이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현대홈쇼핑을 위시한 현대백화점 그룹은 당초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인수 의지가 되려 커진 것으로 보인다. 당초 현대백화점 그룹은 동양매직 인수에 대해 내부적인 의사결정이 제대로 내려지지 않은 상태로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에도 검토만 하고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전적(?)이 있는 후보인데다 이번에는 인수 자문사조차 선정하지 않아 업계에서는 진정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져왔다.
하지만 최근 '기업은행 PE 및 아주IB'와 손을 잡으면서 인수 의지와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재무적 투자자(FI)와의 컨소시엄 구성으로 현대홈쇼핑이 부담해야 하는 자금이 절반으로 줄어 리스크가 크게 상쇄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도 현대백화점 그룹이 이번 딜에 제대로 나서 보겠다는 충분한 인수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홈쇼핑의 약점은 지나치게 보수적인 가격 선정인데 FI들의 참여로 부담이 줄어든만큼 좀더 과감히 가격을 쓸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전했다.
현대백화점 그룹과 마찬가지로 동양매직 인수 재도전에 나선 교원그룹은 후보들 가운데 가장 높은 시너지를 가질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교원그룹의 경우 동양매직을 품에 안으면 정수기 렌털 시장에서 단번에 2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재작년 기준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물마크 발급 기준 정수기 시장 점유율은 코웨이 38.3%, 동양매직 10%, 청호나이스 9.4%, 교원 3.1% 등이다. 교원이 동양매직을 인수할 경우 양사의 시장점유율은 단번에 14% 수준으로 오르게 되는 것이다. 쿠쿠전자 등 신생 후발주자들을 따돌리는 것은 물론 3위 청호나이스와의 격차도 크게 벌릴 수 있다.
동양매직의 렌털 부문은 2000명의 관리 조직, 48만명의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하고 있다. 교원의 기존 웰스정수기 및 와우비데 사업과 시너지 효과가 충분하다는 것. 또한 교원은 동양매직이 개척한 해외 시장도 덤으로 가질 수 있다. 동양매직은 그간 이란, 이집트 등 중동지역에서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꾸준히 수출을 늘려왔다.
하지만 교원그룹의 오너인 장평순 회장의 인수 의지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강력한 베팅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교원의 경영진과 실무 라인은 동양매직 인수에 적극적인 반면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장 회장이 시큰둥한 상황인 것으로 안다"며 "장 회장의 결단 없이 교원이 베팅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M&A 시장에서는 이번 딜이 양사의 향후 M&A 행보를 가늠해볼 척도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현대백화점 그룹과 교원그룹은 앞으로 M&A를 통해 기업의 확장을 도모해야 하는 단계에 다다른만큼 M&A에 대한 의지와 역량을 시장에 확인시켜 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매번 '찔러보기'만 하는 후보로 인식되면 향후 시장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동양매직에 인수전은 두 번째 도전인 까닭에 양사 모두 웬만큼의 진정성을 보여야만 앞으로의 M&A에 대해서도 시장의 부정적인 인식과 의심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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