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수직증축 리모델링 정비안 추진을 결정한 서울 여의도 한양아파트 전경. [사진 = 김재훈 기자] |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79(옛 여의도동) 한양아파트는 최근 수직증축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관련 조합 설립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지난달 25일 발효된 수직증축 리모델링 법안이 여의도 정비사업 재추진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주민 소식지를 통해 "절차가 복잡한 재건축에 비해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사업 여건이 크게 좋아졌다"며 "연내에 조합설립인가와 시공자 선정을 완료하고, 내년 여름 전까지 행위허가(주민 동의율 80% 이상)를 받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근용 한양 입주자대표는 "작년부터 비교한 끝에 재건축보다 사업 속도가 더 빠르고 부담금이 적은 리모델링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의 자체적인 사업 분석에 따르면 한양은 230%의 높은 기존 용적률 때문에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재건축보다 나은 대안인 것으로 나타났다. 리모델링안은 공사비와 사업추진비 등 예상 사업비가 1850억원으로 1가구당 평균 분담금이 3400만원이었다. 반면 재건축의 경우 총사업비가 2510억원으로 가구당 3억5000만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단지의 현 시세는 △105㎡ 7억원 △149㎡ 9억원 △193㎡ 11억5000만원 안팎이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 부동산 호황기 대비 평형대별로 2억~4억원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주거 선호도가 높은 여의도에서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성공할 경우 일대에 새로운 바람이 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강남 일대와 같이 지역에 따라 리모델링과 재건축이 동시에 진행되며 정비사업이 활성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여의도 일대는 1970~1980년대 초반 준공된 노후 아파트가 많아 개발 압력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시범ㆍ광장ㆍ목화 아파트 등 기존 여의도 일대 재건축사업이 지체되면서 리모델링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한 대형 건설사 리모델링 전문가는 "리모델링은 기존 단지의 용적률이 높더라도 건축심의만 통과하면 되기 때문에 재건축 시 지방자치단체가 권장하는 250%에서 최대 300% 선의 용적률 규제를 받지 않는다"며 "주민 동의에 따라 사업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어 사업비도 적게 든다"고 전했다.
실제 최근 준공된 리모델링 단지는 용적률이 300%를 훨씬 초과한다. 청담 아이파크(옛 청담 청구)는 무려 423%를 적용받았다. 청담 래미안 로이뷰(옛 청담 두산)는 258%에서 370%로, 대치 래미안 하이스턴(옛 대치우성2차)은 237%에서 347%
다만 관건은 주민 동의율과 사업 진행 속도다. 여의도는 전통적인 부촌 중 하나로 이주 수요가 적고, 정비사업에 반대 의견을 내는 고령층 주민도 적지 않다. 일부 주민은 장시간이 걸리더라도 '50층 초고층 재건축'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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