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경우 가격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이익 실현에 나서고, 충분히 하락하면 되사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주가지수가 2000선에 가까워지면 다시 밀리고, 1900선에 가까워지면 반등하는 흐름의 연속이다.
외환시장에서도 이례적으로 변동성 위축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 원ㆍ달러 환율은 달러당 1030원을 하회한다. 이 같은 환율은 대부분이 예측하지 못했던 수준이다. 환율이 1100원 가까이에 있으면서 최소 1년이 지나야 1060원 정도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견해였다. 환율이 예상을 크게 벗어났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빠르게 적응하면서 변동성은 여전히 미약하다.
채권시장에서는 다른 흐름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주 선진국 채권 가격이 일제히 하락했다. 가격 부담이 커졌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내 채권은 가격이 올랐다. 외국인들의 채권 매수와 내수경기 후퇴에 대한 정부 부양책에 따른 효과였다. 외국인 채권 매수는 원화 강세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신뢰를 나타냈다.
정부의 내수 대책은 그 효력에 대한 기대보다는 현재 내수 경기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의미로 반영됐다. 이에 따라 국내 채권시장은 전 세계 방향과 다른 흐름을 보였고 앞으로 나타날 변화에 대한 투자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차별화됐다.
정상적인 금융시장에서는 미래에 대한 투자가 일반적이다. 투자심리가 살아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볼 수 있다.
현재 시장은 다양한 생각이 실종되고 변동성이 죽어 있다. 일부에서는 이렇게 줄어든 변동성이 전형적인 거품 시장을 반영한다고 염려한다. 그러나 거품이라 하기에는 자산시장이 앞뒤 안 가리고 오를 만큼 과열돼 있지 않다. 앞으로 추가적인 폭락이 따르기보다는 억눌렸던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위축된 시장에 지나치게 안주하는 것은 위험하다. 금융자산 가격이 위로든 아래로든 움직일 수 있다는
시장이 방향만 잡으면 이런 투자자들은 곧바로 시장으로 복귀해 생각보다 큰 변동성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시장이 정체될수록 더 유연한 사고를 가져야 한다.
[김승현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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