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은 의외로 쉬웠다. 향후 5년간 30%만 갚으면 나머지는 변제가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게다가 신청 한도인 5억원까지 추가 대출을 받고 최소 6개월만 정상적으로 갚은 뒤 회생을 신청하면 추가 대출에 대한 탕감이 가능하다는 편법도 들었다.
김씨는 이 조언에 따라 부친 사업자금 명목으로 추가로 빌린 뒤 개인회생 제도를 신청하고 2억원의 빚은 쉽게 탕감받을 수 있었다.
'개인회생'은 법원이 강제로 채무를 재조정해 파산을 구제하는 개인 법정관리다. 금융사 부채뿐 아니라 보증사채 등 모든 부채를 포괄해 최대 90%까지 탕감받을 수 있다. 회사에 통보되지 않기 때문에 직장도 유지하면서 빚을 갚을 수 있다. 다만 일정한 소득이 미래에도 계속된다는 것을 증빙할 수 있어야 신청자격이 주어진다. 회생에 들어가면 채무자들은 이후로 빚 독촉을 받지 않게 된다.
2004년 도입된 개인회생제도의 혜택을 받은 사람은 40만명이 넘었다. 과도한 채무로 위기로 내몰린 사람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제도다. 문제는 시행된 지 10년이 되다보니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출을 갚을 능력이 있음에도 빚을 탕감받기 위해서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대출을 받고 개인회생에 들어가 일부만 갚고 나머지는 탕감받는 식이다.
매일경제신문이 개인회생 전문 변호사를 접촉한 결과 이런 행태는 어렵지 않게 이뤄지고 있었다. 서울 서초동ㆍ명동 지역 변호사들은 수임료 100만~200만원이면 개인회생 신청을 대리해주고 있었다. 이들 변호
한 변호사는 "대출 용처만 확실하게 기술하면 개인회생을 받는 데 큰 무리가 없는데 용처는 잘 꾸미기만 하면 된다"며 "신청 절차도 복잡하지 않은 데다 파산 등에 비해서 개인회생은 법원에서 쉽게 인정해준다"고 밝혔다.
[안정훈 기자 / 송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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