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는 15일 펀드 환매 우려 속에서도 외국인의 집중적인 순매수로 인해 전 거래일보다 0.63포인트(0.03%) 하락한 2010.2에 장을 마쳤다.
최근 2000선에 올라선 직후 펀드 환매벽에 가로막혀 쉽게 1900선으로 물러났던 모습과는 다른 양상이다. 코스피는 지난달만 해도 네 번 2000선에 도달했지만 세 번은 하루 만에 2000선을 내줬고, 한번은 주가 하락 후 이틀 뒤 2000선을 내주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가 2010선을 이틀 연속 지킨 것은 투신권 펀드 환매가 과거보다 다소 줄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실제 지난달 23일 코스피가 2000을 찍은 뒤 다음날 투신권 매도 규모는 1173억원에 달했다. 2000을 넘어선 10일과 22일에도 다음날 각각 투신권 펀드 환매는 817억원, 883억원을 기록하면서 주가를 1900선으로 밀어냈다.
하지만 이날 펀드 환매 요청을 받은 투신권 매도는 672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줄어든 반면 외국인은 3716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순매수했다. 일각에서는 환매 예정된 펀드 물량 자체가 줄어든 데다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펀드 환매 강도가 약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 말 이후 한 달여 동안 지속된 주가 상승 과정에서 2조원가량 국내 주식형 펀드가 환매됐다"며 "이를 통해 향후 환매 대기 물량도 상당 부분 해소된 듯하다"고 말했다.
경기 회복과 코스피 상승 전망으로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주가 등락 범위가 과거보다 높아진 점도 긍정적이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돼 코스피 2000선 안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럴 경우 공매도에 적극적이었던 롱숏펀드들이 숏커버링에 나서며 지수 상승 탄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 상승 전망이 높아져 펀드 환매 여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숏커버링이란 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전략으로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증시 전망이 개선되면서 1950~2000선이 돼도 펀드에 추가 가입하려는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반면 외국인 수급 외에 뚜렷한 주가 상승 동력이 없는 상황에서 코스피 2000에서는 펀드 환매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지적도 있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전무는 "대형주가 주도하는 상승장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지수 2000대에서 이익을 실현하려는 펀드 투자 패턴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만간 펀드 매물이 출회하더라도 코스피는 외국인들의 강력한 매수세에 힘입어 과거처럼 쉽게 2000선을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외국인은 이날 3716억원 순매수를 포함해 최근 사흘간 코스피에 쏟아부은 자금이 9300억원에 달한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도 1388억원을 사들이며 4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선물에서도 강한 매수를 보이는 것은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개선됐다는 신호라고 보고 있다. 선물로 들어오는 자금이 투기적 성향이 강한 만큼 주가가 오를 것이란 확신이 없다면 잘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향후 선물에서 나타난 강해진 매수세가 시차를 두고 현물로 옮겨갈 것이라는 얘기다.
또 다른 관심은 외국인이 시가총액 상위인 대형주 위주로 매수에 나서면서 코스피 주가를 끌어올리는 여력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김병호 기자 / 김혜순 기자 / 김윤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