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금융감독원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가 신협을 '사금고'로 이용했다고 발표한 이후 전국 950여 개 신협에 고객들 항의와 우려 섞인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조합원들 항의가 거세지면서 일부 신협에선 예금 인출 사태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한 지역 신협 관계자는 "다년간 최우수 조합을 수상하며 건실한 조합으로 평가받아왔는데 금감원 발표 이후 예금 인출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며 "대출 만기 건 중 10%는 원금 상환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협 측은 혐의가 완전히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신협이 유병언 일가 사금고 구실을 했다는 식으로 금감원이 발표해 신협 전체 신뢰를 실추시켰다며 반발하고 있다. 마치 비리 금융기관처럼 낙인이 찍히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 없는 신협 고객들까지 동요하게 만들었다는 불만이다. 실제로 전체 942개 신협 중 청해진해운과 관련된 신협은 11개로 1%에 불과하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일부 신협이 유병언 일가에 특별한 이유 없이 66억원을 송금했으며 일부 조합원은 신협 대출을 받아 유병언 일가 관계사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권순찬 금감원 기획검사국장은 "신협이 매년 기독교복음침례회 여름 수련회 행사비를 지원하거나 유병언 사진 작품을 고가에 매입한 것은 사실상 신협을 사금고로 이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협은 "조합원인 유병언 일가가 신협 계좌에서 타행 송금 과정 중 세모 신협 명의의 계좌를 이용했을 뿐 신협 자금이 유출된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또 신협 조합원들이 개인적으로 대출 받아 이뤄진 금융거래를 신협 법인이 의도적으로 지원한 것처럼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항의했다.
신협은 지역, 직장, 단체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설립하는 협동조합형 비영리 금융기관으로 조합
금감원이 뒤늦게 공개한 은행별 대출 자료에 따르면 유병언 일가와 청해진 관계사가 전체 금융기관에서 받은 여신 3747억원 중 신협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13%에 불과하다.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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